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국인이 100세 나이로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96세 신부와 혼인 서약을 했다. 전쟁 흐름을 한순간에 뒤바꾼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른바 ‘D-데이’ 80주년에 맞춰 역사의 현장에서 ‘특별한 결혼식’을 올린 셈이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노르망디 카랑탕레마레 마을을 축제 분위기로 만든 결혼식의 주인공은 100세 신랑 해럴드 테런스, 96세 신부 진 스월린이었다. 2차 대전 참전용사인 신랑 테런스는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했고, 신부 스월린도 “젊은이들만 이런 것을 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각자 배우자와 사별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모두 미국 뉴욕 출신으로, 이날 반지를 교환하며 여생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했다.
결혼식 장소인 카랑탕레마레 마을은 1944년 6월 6일(D-데이)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AP는 “노르망디 상륙 80주년 기념 행사로 흥겨웠던 이곳에서 참전용사들은 록스타처럼 환영받았다”며 “나이 합계 200세에 가까운 이 커플은 사랑의 영원함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테런스는 이날 결혼식에서 “모든 사람의 건강과 세계 평화, 민주주의 수호,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육군 항공대에 배치된 그는 D-데이 무렵, 영국과 프랑스에서 비행기 수리 및 포로 수송 업무를 담당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자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국빈 만찬에 이들 부부를 초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