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100세 참전용사, 노르망디서 결혼식… “전쟁 종식 위해 건배”

입력
2024.06.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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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맞춰 혼인 서약
신부는 96세... “200세 커플의 영원한 사랑”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국인이 100세 나이로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96세 신부와 혼인 서약을 했다. 전쟁 흐름을 한순간에 뒤바꾼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른바 ‘D-데이’ 80주년에 맞춰 역사의 현장에서 ‘특별한 결혼식’을 올린 셈이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노르망디 카랑탕레마레 마을을 축제 분위기로 만든 결혼식의 주인공은 100세 신랑 해럴드 테런스, 96세 신부 진 스월린이었다. 2차 대전 참전용사인 신랑 테런스는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했고, 신부 스월린도 “젊은이들만 이런 것을 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각자 배우자와 사별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모두 미국 뉴욕 출신으로, 이날 반지를 교환하며 여생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했다.

결혼식 장소인 카랑탕레마레 마을은 1944년 6월 6일(D-데이)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AP는 “노르망디 상륙 80주년 기념 행사로 흥겨웠던 이곳에서 참전용사들은 록스타처럼 환영받았다”며 “나이 합계 200세에 가까운 이 커플은 사랑의 영원함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테런스는 이날 결혼식에서 “모든 사람의 건강과 세계 평화, 민주주의 수호,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육군 항공대에 배치된 그는 D-데이 무렵, 영국과 프랑스에서 비행기 수리 및 포로 수송 업무를 담당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자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국빈 만찬에 이들 부부를 초청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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