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야당 단독으로 반쪽 개원한 데 이어 주요 상임위원장까지 반쪽 선출할 공산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원 구성 합의 불발 시 오늘 본회의에서 운영·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자당 몫으로 정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 강행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운영·법사위 등을 확보할 수 없다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여당이 끝내 협상을 거부한다면 21대 국회 전반기처럼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 구성 협상 결렬은 법사·운영·과학기술정보방통신위원장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민주당은 "관례보다 법이 우선"을 강조하며 원 구성 법정시한(7일)이 지난 만큼 다수결을 통한 상임위원장 선출을 주장한다. 법사위는 다수당의 신속한 법안 처리가 총선 민의라는 명분을,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는 대통령 견제란 명분을 강조한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은 1당 몫, 법사위원장은 2당 몫', '운영위원장은 여당 몫' 등의 관례를 앞세우고 있다. 과방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표결 끝에 폐기된 방송3법을 다루는 쟁점 상임위다.
국회법에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여당이 독식하던 상임위원장을 민주화 이후 1988년 13대 국회부터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해 왔다. 국회 운영이 다수결로만 이뤄진다면 승자 독식이 불가피한 만큼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법안 처리의 길목을 지키는 법사위원장이 2당 몫이 된 것도 다수당 독주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합의를 강조하는 국회의 불문율과 같은 것이다.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22대 국회의 가동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다만 그 시작인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전부 아니면 전무' 식 대치를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가 각각 입법 독주와 대통령실 방어를 위한 특정 상임위원장을 고집한다면, 민주화 이후 첫 '상임위원장 독식'이란 오명을 남긴 21대 국회 전반기로 되돌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여당은 법사위원장을 갖고 야당은 운영·과방위원장 중 일부를 확보하는 식으로 관례를 존중하면서 원 구성에 합의하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