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단체행동을 위해 회원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이 나왔다. 오는 17일부터 집단 휴진을 결의한 서울대 의대 교수들에 이어 의사들의 대규모 휴진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5시부터 전날 자정까지 실시된 의협 투표에는 7만800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유효 투표 인원이 12만9,200명이라 투표율은 54.8%다. 2014년 3월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표에는 4만8,861명,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4대악 대응' 설문조사에는 2만6,809명이 참여했다. 정부 정책에 맞서 그간 의협이 진행한 투표·조사 중 이번에 투표에 나선 인원이 가장 많다.
의협은 투쟁 지지 여부와 단체행동 참여 여부에 대해 각각 의견을 물었고, 두 질문에는 같은 숫자의 회원이 답을 했다. 투표 결과는 오는 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어 공개할 예정이지만 분위기는 이미 강경한 단체행동으로 기울었다. 의협은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의료계 투쟁의 새 역사를 보여 주겠다"며 의사대표자대회에서 범의료계 투쟁 선포를 예고한 상태다.
개원의 중심인 의협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의대 교수 단체도 동참하기로 해 대규모 휴진 우려는 더 커졌다. 20개 의대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총회를 열어 의협, 대한의학회, 또 다른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뜻을 함께하고 의사대표자대회에서 발표될 집단행동 방침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완전히 취소하지 않으면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외래진료와 수술을 17일부터 전면 중단하기로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