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4)씨는 몇 달 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속이 유난히 쓰리고 명치까지 아파 결국 병원 소화기내과를 찾았다. 그가 받은 진단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이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연간 70만 명 이상이 병원을 찾고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위 통증이나 불쾌감이 생겨 내시경검사나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초음파검사 같은 영상 검사를 시행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고 만성적으로 소화불량에 시달릴 때 해당한다.
△식후 팽만감 △조기 포만감 △상복부 통증 △속 쓰림 등 4가지 중 적어도 1가지 증상이 최근 6개월 새 3개월 이상 간헐적이든 연속적이든 지속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들 증상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몇 주간 증상이 없다가 몇 주에서 몇 개월간 다시 계속되기도 한다.
발병 원인으로는 위에서 음식물 배출이 늦어지거나 위가 잘 이완되지 않거나, 통증 역치가 낮거나 반응이 예민해진 내장 과민성 등이 꼽힌다. 과도한 위산 분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한 위염 등이 원인이다. 맵고 짠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것과 불안감, 우울증 등 정신적 스트레스도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윤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명치 근처에서 생긴 동통이나 불편감이 6개월 이전부터 시작돼 최근 3개월간 상복부 통증이나 불쾌감이 지속되지만 내시경검사에서 증상을 일으킬 만한 기질적 질환이 없으면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치료는 궤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에 소화성 궤양 치료에 사용되는 위산 분비 억제제나 제산제를 복용하고 식후 불편감이 있으면 위장 운동 촉진제 등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그러나 속이 불편할 때마다 소화제·제산제를 먹으면 자칫 숨어 있는 기질적인 질환을 키울 수 있어 의사 진단을 받아 약을 먹는 게 좋다.
일부 환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적당한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질환이 불규칙한 식사 습관, 과식, 짧은 식사 시간, 스트레스 등과 연관돼 있어 이를 고치고 과로·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본인이 먹었을 때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은 피한다. 남들이 좋다는 음식을 억지로 먹지 말고, 자기에게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식사 후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도 위장 기능과 소화에 도움이 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는 고지방 식이, 기름에 튀긴 음식, 우유나 치즈 등 유제품, 파스타, 빵, 케이크 같은 밀가루 음식, 커피나 탄산음료 등 자극적인 음식, 너무 매운 음식 등을 피하거나 줄여야 한다.
피규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예방하려면 맵고 자극적이거나 기름진 음식은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