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캐나다도 내렸다' 시동 걸린 금리인하, 문제는 '속도'

입력
2024.06.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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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2년 만 금리 내리면서도
"물가 상승 압력 여전히 강해"
미국 9월 인하 기대감 높지만
강한 경제 성장세가 인하 복병

주요국 중앙은행이 속속 '긴축 모드 해제'에 나서면서 미국 금리인하도 탄력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금리를 내린 곳도 물가와 성장이라는 복병 때문에 연속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6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2년 7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긴축 포문을 연 지 1년 11개월 만이다. 전날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내린 캐나다중앙은행, 앞서 금리를 인하한 스위스, 스웨덴에 이어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추후 금리인하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깜짝 반등1하면서 인하 가속 페달을 밟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최근 몇 분기 나아지긴 했지만, 임금 상승률은 높아지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은 내년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강하다"고 밝혔다. 이날 ECB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3%에서 2.5%로,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은 2.6%에서 2.8%로 높였다.

이 때문에 ECB 결정을 두고 "매파적 인하"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시장은 '미국도 금리인하를 시작은 해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기대감에 더욱 주목했다. 달러 약세로 7일 원·달러 환율이 7.7원 내리고, 국내 양대 증시에 6,000억 원을 웃도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것도 그 여파다. 이날 코스피는 1.23% 올라 7거래일 만에 2,700선을 탈환했고, 코스닥은 에코프로머티가 상한가를 찍는 등 2차전지주 호재까지 겹치며 1.81% 급등했다.

거시경제 지표상 미국에서도 인하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5일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지난달 민간 일자리가 예상(17만5,000개)보다 적은 15만2,000개 증가에 그쳤다고 발표하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최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고용 둔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지면 금리인하 시기도 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이후 '미국 9월 인하'로 시장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미국 역시 유럽처럼 인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2.4%로 상향할 것으로 예상하며 "연준 점도표(연준 위원들이 각자 기준금리 예상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것)는 올해 3회 인하에서 1회 인하 정도로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연구원 분석처럼 FOMC의 경제 전망과 점도표는 미국 금리인하 시점을 가늠하는 중요한 힌트가 될 전망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인하 시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환시장 경계감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는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내릴 경우 환율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6월 FOMC는 우리 시간 12, 13일 열린다.

1 물가 상승률이 깜짝 반등
물가 리스크가 남아있는데도 ECB가 금리를 내린 배경으로 '경기 침체'가 거론된다. 시장 고위 관계자는 "유로 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충격이 컸고, 독일의 경우 중국에 대한 익스포저(자금 노출)가 커서 중국 경기 둔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어느 정도 낮아진 상황에서 구조적인 성장 정체를 타개할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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