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대 국회 원 구성 법정 시한인 7일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18개 전체 상임위원장 독식 가능성까지 제기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박찬대 운영위원장과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정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이대로 22대 국회가 운영되면,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제동 장치가 사라져 21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거부권 정국의 일상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양당 원내대표 회동 불참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한 우 의장은 이날까지 국회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은 이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이 관례를 어기고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 자리 등을 고집하는 데다 우 의장이 친정인 민주당 편을 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보이콧 명분이다. 추 원내대표는 우 의장을 향해 "거대 야당인 민주당 입장만 반영해 소수당에 일방 통첩하기 전에 다수당인 민주당에 여야가 협치할 수 있는 협상안을 가져오라고 하라"고 중립적 국회 운영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타협을 시도하고 조정을 해보되 되지 않으면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하게 미룰 게 아니라 헌법과 국회법, 국민의 뜻에 따라 다수결 원리로 원 구성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실상 단독 처리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장은 민주당 몫만 확정된 채 10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민주당은 이날 오후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 외에 △교육위원장(김영호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최민희 의원) △행정안전위원장(신정훈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장(전재수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어기구 의원) △보건복지위원장(박주민 의원) △환경노동위원장(안호영 의원) △국토교통위원장(맹성규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박정 의원)을 정해 국회의장실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일방적 상임위원회 구성안을 전면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상임위원장 선출은 본회의 표결로 확정된다.
실제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압승했던 4년 전 국회 개원 직후에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자 18개 상임위를 독식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반발해 상임위원 배정에 협조하지 않자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각 상임위에 강제 배정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4년 전 파국이 반복되는 건 양쪽 모두에 부담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에 상임위를 독식한 뒤 입법 독주 프레임이 강화됐고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했다. 21대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7개 상임위를 국민의힘에 자진해서 넘긴 배경이다.
국민의힘 역시 4년 전 야당이었을 때와 달리 보이콧 장기화는 부담이다. 국회가 공전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또한 멈출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민생 현안은 놓지 않겠다며 이날 당내 15개 특위를 만들었지만 입법권이 없어서 시늉에 그칠 공산이 크다. 우 의장이 주말 동안 정치력을 발휘해 돌파구를 만들 여지는 남아 있다. 우 의장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원내대표에게 일요일(9일)이라도 만나자는 연락을 넣었다"라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장외 설전도 이어갔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법사위를 장악해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겠다는 의도, 운영위를 장악해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을 흔들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총선에서 심판받고 의석수 쪼그라든 정당이 21대 국회에서 쥐고 있었던 주요 상임위를 그대로 차지하겠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하느냐"며 "물귀신 작전"이라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