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수년간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자 일본 측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제3자 변제 해법(한국 측 재단이 일본 피고기업 대신 배상금을 지급)을 제시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긍정 평가는 한일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인보다 일본인의 부정 평가 증가 폭이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2024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 상당액을 지급하는 해결책을 결정했다'는 해법에 대해 한국 응답자들은 3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35.9%)와 비교하면 오차범위 내에서 소폭 감소했다. 부정 평가는 60.6%로 지난해(59.1%)보다 약간 올랐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생각은 한국인보다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일본 응답자들은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5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지난해(57%)보다 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는 향후 한일관계 전망에도 반영됐다. '향후 한일관계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한일 모두 지난해보다 1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이다. 일본인들은 지난해(34%)의 절반인 17%만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70%로, 10%포인트나 상승했다. 한국인들은 23.8%만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는데, 지난해(37.7%)와 비교하면 약 1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58.9%로, 2016년(63.3%)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와 양국 우호 관계 강화를 별개 문제로 봐야 하느냐는 문항에서는 인식이 달랐다. 한국인은 과거사 문제를 더 중시한 반면 일본인은 관계 강화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역사 인식 문제로 이견이 있더라도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절반에 못 미치는 48.6%에 그쳤지만, 일본인은 57%가 '우호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역사 인식 문제로 이견이 있다면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응답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49.8%, 41%로 차이를 보였다.
한일 양국이 앞으로 어느 분야에서 협력해야 하는지 물었더니 한국·일본 응답자 모두 '관광'을 주요 협력 분야로 꼽았다. △외교·안전 보장 △경제·무역·금융 △관광 △문화·교육·스포츠 △의료·감염증 대책 △그 외 등 6개 분야 협력 필요성을 각각 조사했는데, 한국 응답자의 80.9%는 관광을 1순위로 꼽았다. 외교·안전 보장 항목은 5위(72.4%)에 그쳤다.
반면 일본인들은 가장 협력해야 할 분야로 외교·안전 보장(88%)을 선택했다. 관광은 82%로 그 뒤를 이었다.
양국 국민이 상대국의 대중문화에 느끼는 호감도는 더욱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응답자 중 '일본의 영화, 음악, 만화,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에 매력을 느낀다'는 답변은 38.7%로, 2년 전 조사(32.4%)보다 6.3%포인트 늘었다. 일본 응답자도 38%가 '한국 대중문화에 매력을 느낀다'고 답했는데, 역시 2년 전 조사(36%)보다 상승한 수치다.
특히 젊은 일본인일수록 한국 대중문화에 매력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 응답자 중 18~39세는 55%가 매력을 느낀다고 했고, 18~29세로 연령을 좁히니 61%까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