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 영토 인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지원받은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계속 타격한다면 친(親)러시아 세력을 이용해 서방에 똑같이 되갚겠다는 취지다. 러시아는 미국 턱 밑에 군함을 배치하는 등 이미 압박에 돌입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세계 주요 통신사 고위직 인사들과 만나 서방에 경고장을 날렸다.
크렘린궁은 매년 SPIEF에 맞춰 서방 매체들을 초청했으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비우호국' 매체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자리에는 AP 등 서방 통신사 최소 15곳이 참석했고, 질의 응답 시간도 3시간을 넘겼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타스통신에 "비우호적 국가의 대표자들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초청 이유를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작심 경고'였던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서방 국가들이 허용한 것과 관련, "서방이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서방 국가를 사정권으로 두는 친러 국가에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말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확전 우려 탓에 자국이 지원한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경 안쪽을 공격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최근 전황이 악화되자 방침을 바꿨고, 우크라이나는 지난달부터 미국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으로 러시아 내부 군사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
실제 러시아가 서방 인근에서 군사 활동을 하려는 조짐도 포착됐다. 러시아 군함이 카리브해에서 군사훈련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연루된 듯 보이는 테러 시도가 발각됐다.
특히 카리브해 군사훈련은 미국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AP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 러시아 군함이 몇 주 안에 카리브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와 맞닿은 해역에서 군사력 과시에 돌입한 셈이다. 이 군함들은 역내 대표적인 친러 국가인 쿠바와 베네수엘라 등에 기항하며 최소 여름까지 이 지역에 머물 계획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AP는 "러시아가 카리브해에 군함을 파견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에서는 러시아인이 연루된 오폭 사고가 발생했다. 파리 북부 발두아즈주의 한 호텔에서 우크라이나 이중국적의 남성이 폭탄을 터뜨려 부상 당한 채 당국에 체포된 것이다. 과거 러시아군에서 복무했던 이 남성은 호텔 인근에 있는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저지르기 위해 객실에서 사제 폭탄을 만들다가 실수로 한 발을 격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배후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다음 달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전쟁 등 지정학적 배경 탓에 중대한 안보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