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6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 내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학교를 공습해 약 40명이 숨졌다. 해당 학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로 활용됐기 때문에 ‘정당한 군사작전’이었다는 게 이스라엘 입장이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거짓 주장에 기반한 학살”이라며 분노했다.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논란이 한층 더 불붙을 전망이다.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군 항공기가 누세이라트 난민촌 일대 UNRWA 학교 내부의 하마스 근거지를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테러리스트 여러 명을 제거했고, 공격에 앞서 (하마스와) 무관한 민간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누세이라트 난민촌은 1948년 1차 중동 전쟁 당시 가자지구 한가운데에 세워진 팔레스타인 난민 거주지다. 이날 IDF는 공습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공격에 가담한 테러범들이 이곳(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며 “학교 공간에서 테러를 지시하는 한편, 학교를 은신처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없는 공격이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인도주의 구역인 난민촌 내 학교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주장이 설득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사상자 수가 결코 적지 않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관리들은 “어린이 14명·여성 9명을 포함, 적어도 33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주택 지역도 별도 폭격을 당해 6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팔레스타인 당국을 인용해 40명이 목숨을 잃었고, 7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UNRWA는 사망자가 35~45명이라고 밝혔으며, 팔레스타인 통신사 와파는 “최소 3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격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힌드 쿠다리는 자신의 SNS에 “공습 후 UNRWA 학교를 찾았다. 피 냄새만 맡을 수 있었다”고 썼다. 가디언은 “SNS에 오른 영상을 보면 (가자 중부의) 알아크사 병원 바닥에서 부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고, 사망자 시신이 줄지어 누워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IDF는 해당 학교가 ‘유엔 운영 시설’이라는 점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AP는 “폭격 지점을 알려 주는 IDF의 그래픽 이미지에 담긴 학교 지붕에는 ‘UN’ 글자가 또렷이 새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연계 의혹’을 제기하는 등 UNRWA를 눈엣가시로 여겨 왔다. 하마스 공보실은 “인류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끔찍한 학살”이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이번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행태는 수차례 반복됐고, 국제사회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26일에도 IDF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난민촌을 폭격, 최소 45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부상자 249명을 낳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비극적 실수”라고 책임을 인정했지만, 그는 이미 국제형사재판소(ICJ)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7일로 개전 8개월을 맞은 이번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최소 3만6,58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종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휴전·인질 석방 협상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