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단체가 6일 대북전단 20만 장을 북으로 날려 보냈다. 군 당국은 이 중 일부가 북측 상공으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은 앞서 대북전단이 날아오면 '백 배의 휴지와 오물'로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물 풍선'을 "비열한 도발로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남북이 서로 상대를 자극하는 풍선을 띄우며 일촉즉발의 대결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군 소식통은 "탈북민단체에서 날린 풍선을 포착했고 일부는 북한 상공으로 날아갔다"고 밝혔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날 자정부터 새벽 1시 사이 경기 포천시 일대에서 대북전단 20만 장을 실은 애드벌룬 10개를 북쪽을 향해 띄워 올렸다. 대북전단 외에도 K팝, 드라마 ‘겨울연가’, 나훈아·임영웅 트로트 영상 등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 5,000개, 1달러 지폐 2,000장 등도 포함됐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10일에도 전단 30만 장을 띄웠다.
통일부는 이번 전단 살포에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황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켜는 보지만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실제 박 대표가 이날 전단을 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와 관련한 법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경찰이 전단살포를 제지하는 방법은 가능하다'고 했다. 대법원 역시 2016년 이후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을 위해서라면 경찰이 전단 살포를 막는 게 정당하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은 셈이다.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지난달 26일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이틀 뒤부터 남쪽으로 오물 풍선 1,000여 개를 날려 보냈다. 이후 우리 정부의 '감내하기 힘든 조치로 대응하겠다'는 경고에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면서 '향후 대북전단이 오면 다시 오물 풍선으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이 보복을 예고한 만큼 우리 측 전단 살포에 대응수위를 고심하면서 조만간 남쪽으로 다시 오물 풍선을 띄우거나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에 나설 전망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일 국무회의 의결과 윤 대통령 재가로 남북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정지돼 우리 군은 대북 응징의 족쇄가 풀렸다.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언제든 군사분계선(MDL)과 서북도서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물론 각종 군사훈련에 나설 수 있다. 대북 압박의 선봉을 자처하는 해병대는 이달 하순쯤 서북도서에서 본격적인 포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과거 9·19 합의에 따라 육지로 장소를 옮겨 하던 훈련이다.
해병대는 "합동참모본부 승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북쪽 20~30㎞까지 소리를 송출하는 대북 확성기의 경우 즉각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이동형 확성기의 운영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