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미얀마 경제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외환보유고가 텅텅 비어 가고, 통화 가치가 급락한 데다, 물가마저 두 자릿수로 치솟으면서 주민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는 민주 정부의 주장이 나왔다.
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는 지난 3일 유엔 대상 브리핑에서 “2021년 2월 1일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통화 가치 붕괴, 외환보유고 급감, 치솟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미얀마 경제가 더 깊은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틴툰나잉 NUG 기획투자부 장관은 미얀마 통화 ‘짯’ 가치가 지난 3년간 70% 폭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수치가 어떻게 집계됐는지 구체적인 환율 수준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미얀마 중앙은행이 미국 달러 대비 짯화 환율을 2,100짯으로 고정했지만, 온라인에서는 평균 3,340짯 안팎으로 거래되고, 송금 시에는 3,520짯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암시장에서는 지난주 달러당 4,500짯까지 가치가 급락했다.
이와 함께 NUG는 미얀마 외환보유고가 약 38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이하로 떨어졌고,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고도 주장했다. 국제 제재로 자금난에 처한 군부가 무기 조달을 위해 무리하게 화폐 발행을 늘리면서 물가상승이 더 가팔라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올해 2월 미얀마를 국제 금융 고위험국(블랙리스트)으로 지정했다. 금융 시장 상황이 북한, 이란과 같은 수준으로 불안하고, 미얀마와의 금융 거래가 자금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에 연루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NUG 발표에 조민툰 미얀마 군정 대변인은 5일 “근거 없는 주장이며 경제 불안을 조장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 절하했다. 2023 회계연도 미얀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이고, 외환보유액도 121억 달러(약 16조5,500억 원)로 안정적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은 24.4%로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군부는 4일과 5일 이틀간 외환 투기 혐의로 35명을 체포하는 등 외환시장 단속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돈줄이 막힌 미얀마 군부가 마약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남아시아 전문가 재커리 아부자 미국 워싱턴국립전쟁대 교수는 5일 독일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분석 결과 지난해 미얀마 아편 재배지가 1년 전보다 18% 늘었다”며 “재정 압박에 직면한 군부가 마약을 더 많이 만들고 수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