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건 배달, 음식값 10% 할인 등 사사건건 경쟁을 벌여온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 시대를 일제히 열어젖혔다. 그러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배달 건당 받아가는 수수료 등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외식업주는 음식값을 올리거나 배달 앱을 탈퇴하겠다고 하면서 결국 소비자들까지 불편을 겪을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무료 배달의 서막을 연 건 쿠팡이츠다. 3월 26일부터 모기업 쿠팡의 멤버십인 '쿠팡 와우' 회원들에게 배달료 없이 음식을 배달해 주기로 한 것. 일주일 뒤인 4월 1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알뜰배달(여러 건 주문을 동시에 배달하는 서비스)의 배달비를 무료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앱 이용자들은 반색했지만 점주들은 속을 끓였다. 고객에게 무료 배달 혜택을 주려면 두 앱이 내놓은 정률제 요금제인 '배민원플러스'와 '스마트 요금제'에 가입해야 해서다. 이 요금제를 선택한 가게는 앱이 광고부터 주문·결제·배달까지 도맡아 주는 대신 앱으로 들어온 주문 건당 6.8%(배민)에서 9.8%(쿠팡이츠)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부가세는 별도인 데다 배달비, 결제 대행사에 내는 수수료 3%도 모두 점주가 부담한다.
과거엔 점주와 고객이 배달비를 얼마큼 낼지 그 비율을 점주가 정했다. 그런데 새 요금제들은 배달 앱이 '고정 배달비'를 정해 점주에게 내도록 한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이를 도입한 건 1월과 3월이다. 쿠팡이츠는 2월 이후 가입하는 점포는 모두 이 요금제만 사용하게끔 해놨다. 점주들이 "무료 배달로 발생할 비용을 마련할 포석 아니었냐"고 의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배달 앱을 포기하긴 어렵다. 대부분 주문이 앱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울산 중구에서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웅구(47)씨는 "무료 배달 실시 이전엔 가게 배달과 앱 배달이 8 대 2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최근 앱 배달이 눈에 띄게 늘면서 오히려 매출이 줄고 있다"고 했다.
배달 대행업체를 쓰고 앱으로는 주문만 받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앱 주문이 늘자 배달 기사들이 그쪽으로 몰려가서다. 부산 진구에서 한식점을 하는 서경화(57)씨는 "기사들이 목표로 하는 콜(배달 주문) 수가 있는데 가게에선 충당이 안 되니 쿠팡이츠나 배민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배달 앱의 또 다른 수익 모델인 광고 서비스가 지나친 수익을 추구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 쿠팡이츠가 운영하는 광고는 광고비가 높을수록 앱 내에서 더 자주 노출되는 구조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광고로 발생한 주문 금액의 5%에서 50%까지 '광고비' 명목으로 지불한다.
강원 춘천시에서 냉면을 파는 양동길(62)씨는 이 비율을 50%로 설정해뒀다는 걸 미처 알지 못한 채 광고를 시작했다가 낭패를 봤다. 한 달 가까이 쿠팡이츠로 올린 매출액 773만 원 중 광고비로 295만 원이 삭감된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봤지만 "가게 주소 컴퓨터로 직접 신청하신 게 확인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양씨는 "나이가 들어 컴퓨터 조작에 익숙하지 못한 내 탓"이라면서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배민 역시 '클릭당 과금(CPC)' 광고 형태인 '우리가게클릭'을 2022년 5월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앱 이용자가 가게를 한 번 클릭하기만 해도 건당 200~600원의 광고비를 받는 시스템으로 한 달 광고비 한도는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이다.
점주들이 배달비를 음식값에 포함시키는 조짐도 보인다. 서울 성동구의 이모(26)씨는 자주 시켜먹던 가게에서 냉면을 주문하려다 1,000원이 오른 걸 알았다. 그는 "원래 배달비가 1,000원이었다"면서 "무료 배달이라고 해놓고 결국 내가 내는 돈은 그대로라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배달 앱들은 기세를 몰아 수익 극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 클럽' 유료화를 예고했고, 7월 1일부터 새로 가입하는 점주에게 포장 중개 이용료 6.8%를 물리기로 했다. 무료 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팡 와우 구독료 또한 8월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오른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소비자 물가를 배달 앱들이 좌지우지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안게 되는데도 공정위 등 당국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