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지오(Act-Geo)사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이다. 사람들은 검색 엔진에 그의 이름을 넣어 관련 기사를 찾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들여다본다. 그가 공항을 빠져나올 때는 기자들과 카메라가 몰려든다. 브라질 출신의 지질전문가가 한국에서 아이돌급 관심 대상이 된 건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깜짝 발표 이후였다.
윤 대통령은 예고 없이 카메라 앞에 서서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사에 물리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고 운을 뗀 뒤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고 밝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발표이다 보니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의 주요 관계자들조차 몰랐다.
며칠 동안 '산유국'이라는 희망 섞인 단어들이 나오고 대구경북(TK) 언론은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한술 더 떠 "매장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 총액의 다섯 배 수준"이라며 많은 이를 꿈에 부풀게 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시총이 450조 원 정도이니 2,000조 원이 넘는 가치를 지닌 셈. 주식 시장에서는 '석유' '가스'만 들어가도 주가가 껑충 뛰는 이상 현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곳곳에서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S&P는 "업스트림(원유 탐사에서부터 생산까지의 단계) 생산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막대한 재정 및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실현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투자 과열을 우려하며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구멍 한 번 뚫는 데 1,000억 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추 작업에 정부 예산이 쓰인다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본격적인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시추를 해서 발견된 유정이 경제적 가치가 입증되면 민간투자 등 본격 개발로 이어지고, 그렇지 않다면 없던 일이 된다.
자원 개발은 낮은 가능성을 보고 시도와 실패를 되풀이하는 과정이다. '영일만 석유' 역시 많은 과정을 거쳐야 개발과 생산 여부를 알 수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에서 유독 큰 혼란이 일어난 것은 매장 사실도, 경제적 가치도 확인되지 않은 설익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①조건부 운전면허 ②KC(국가통합인증마크)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등 잇따른 정책 혼선이 국민들의 피로 지수를 높인 데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이번 발표에 대한 신뢰도는 낮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이가 아브레우 고문과 액트지오의 이력을 따져보며 물음표를 달고 있다.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입을 연다고 예고했다. 그와 그의 분석 결과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정부가 시추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려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여러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만약 그가 석유공사와의 비밀 서약을 이유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