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들을 '왕의 남자'로 만들고 싶었다… 국정 농단은 뜻대로 될까

입력
2024.06.08 12:00
15면
웨이브 드라마 '메리 앤 조지'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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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줄리앤 무어)는 야심가다. 천민이었으나 귀족과 결혼했다. 남편이 귀족 출신인 것처럼 신분세탁까지 해주었다. 메리의 권력욕은 끝이 없다. 국정까지 주무르고 싶다. 계략은 있다. 잘생긴 둘째 아들 조지(니컬러스 갤러친)를 애용하려 한다. 영국 왕실로 보내 왕 제임스 1세(토니 커런)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자신 생각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으리라 여긴다. 메리의 야망은 실현될 수 있을까. 아들 조지는 어머니의 뜻대로 살아갈까.


①왕의 침실을 점령하라

메리는 조지를 프랑스 유학까지 보낸다. 상류층 에티켓과 프랑스어를 익히게 하기 위해서다. 염세적이었던 조지는 조금씩 변한다. 인생 목표가 어머니와 비슷해진다. 메리와 조지는 제임스 1세에게 다가갈 방법을 궁리한다. 제임스 1세에게는 동성 연인이 있긴 하나 조지가 지닌 매력이라면 연애 전선에서 승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조지는 우여곡절 끝에 제임스 1세 눈에 든다. 하지만 궁중 암투에 휘말린다. 경쟁자들이 조지를 가만둘 리 없다. 권력 싸움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조지는 여러 사람과 손을 잡고 배신을 하기도 한다. 훗날 유명 철학가로 역사에 남을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이 포함돼 있다.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다.

②영국을 혼돈에 빠트린 미남자

제임스 1세는 괴팍하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다. 조지는 치열한 권력 투쟁을 거쳐 왕의 침실을 점령한다. 그의 한마디에 국사가 좌지우지된다. 메리는 아들을 꼭두각시처럼 활용하고 싶으나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조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영국 역사상 최악의 간신배로 평가받는 조지 빌리어스(1592~1628)와 그의 어머니 메리 빌리어스(1570~1632)의 삶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조지는 제임스 1세(1566~1622)와 찰스 1세(1600~1649) 재위 시기 국정을 쥐락펴락하며 영국을 혼돈에 빠트렸다. 제임스 1세의 동성 연인이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메리 앤 조지'는 영국 작가 벤저민 울리의 논픽션 '왕의 암살자'(2018)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③상류사회의 위선 들춰

꼼꼼한 고증으로 구성된 화면이 수려하다. 16세기 궁정 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사람들의 권력욕과 질투, 탐욕, 어리석음이 교차하면서 빚어지는 서사는 시공간을 막론하고 흥미롭기 마련이다. '메리 앤 조지'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는 17세기로 근대다. 영국이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 개척에 여념이 없던 때다. 무지와는 거리가 먼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나 원시 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야만적이다. 드라마는 냉소로 왕족과 귀족의 위선을 질타한다. 현인을 자처하는 베이컨마저 권력 앞에서는 한낱 불나방에 불과하다고 드라마는 이죽거린다.

뷰+포인트
지난해 국내 개봉했던 영국 영화 ‘리빙’(2022)의 올리버 허머너스 감독이 연출했다. 노출 강도가 아주 세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집에서는 미성년자가 없을 때 봐야 한다.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에는 절대 시청하면 안 된다. 줄리앤 무어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아들에 대한 걱정과 권력욕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메리의 고뇌, 왕까지 자신의 손에 넣으려는 욕망 등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다. 한국인에게는 낯선 역사라 간단한 사전 정보를 미리 알고 보면 좀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6%, 시청자 6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