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는 한일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번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양국 국민들의 생각인 듯하다.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찬성 응답이 한국 79.2%, 일본 86%였다. 특히 일본에 군사적 위협을 느낀다는 한국인 응답자는 2015년 61%에서 점차 줄어들어 올해 29.7%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위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일 간 협력의 공간은 넓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낮은 수준이나 신뢰도와 친밀도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양국이 서로에 느끼는 친밀도가 모두 2013년 조사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도는 28.7%로 1996년(17%) 이후 최고다.
한국의 미래세대인 18~29세가 특히 호감도가 높았는데, 이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는 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또 일본의 군사적 위협을 느낀다는 답변은 22%로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낮았고, 반대로 한미일 3국의 안전보장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은 92.5%로 가장 높았다. 미래세대는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 문제 등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일본을 안전보장 협력이 가능한 '보통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향후 관계를 놓고는 부정적 관측이 다시 높아졌다. 향후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한국에서는 작년보다 약 14%포인트, 일본에선 1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라인야후 사태' 등 최근 현안의 영향과 함께, 상대국 정상에 대한 낮은 신뢰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강제동원 해법 문제 등 민감한 현안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관계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인들의 정치·이념 성향에 따라 일본에 대한 인식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인 응답자 중 일본을 신뢰할 수 있다는 답변은 보수층에서 49.4%였지만 진보층에서는 12.9%에 불과했다. 반대로 신뢰할 수 없다는 답변은 보수에서 49.8%, 진보에선 87.1%였다. 일본 관련 개별 사안에 대해서도 35~40% 정도 의견 차이가 난다. 국내 정치 양극화 문제가 향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