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재검토한 첫 보고서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업무를 훼방했다”는 판단까지 담았다. 그럼에도 1주일 뒤 최종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모두 빠지고 중간간부급 관리자(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했다. 안전을 훼방까지 놓은 지휘관은 쏙 빼고 현장 책임자들에게만 형사 책임을 묻는 걸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나.
국방부 직속 군사경찰인 조사본부가 지난해 8월 14일 작성한 보고서는 경찰에서 회수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국방부 조사본부가 작성한 첫 재검토 결과다. 13쪽 문서 중 3쪽을 할애해 임 전 사단장의 ‘범죄 정황’을 기술하고 있다.
보고서는 임 전 사단장이 수색 이틀 전 실종자 수색 요청을 받고서도 당일에야 임무를 하달해 안전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고 봤다. 보고서는 특히 ‘(수변의)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아야 한다’ ‘가슴장화를 신어라’ ‘해병대가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적색 티를 입어라’ 등의 구체적 지시가 구명조끼도 없는 채 상병의 수중 수색으로 이어졌다고 인과관계를 명확히 했다. 특히 “대대장이 현장 통제보다 사단장 방문 지역에 먼저 가 외적 자세만 확인하게 해 (대대장의) 안전 업무를 훼방했다”고 판단했다. 안전 업무를 게을리한 정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1주일 뒤 조사본부는 현장 대대장 2명만 혐의를 적시한 최종보고서를 만들어 경찰에 이첩했다. 대대장 2명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위험성을 인식했음에도 안전장구 마련 조치를 상급 부대에 건의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소홀 등의 정황이 발견됐다”고만 썼다. 경찰에 이첩한 수사 결과를 회수해 재검토하는 것 자체가 문제 있다는 법무실장의 의견도 첫 보고서에 담겼지만 최종보고서에서는 제외됐다.
첫 보고서 작성 사흘 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주재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기록을 회수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국방부 보고서 내용이 뒤집히는 과정에서도 모종의 외압이 있었다는 강한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특검법 논란마저 불식시키겠다는 자세로 진상 규명에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