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저출생과 관련,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회 전체가 나서 저출생 대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대한 찬성 여론이 양국 모두에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2024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서 "자녀가 없는 사람과 고령층 등을 포함해 사회 전체가 저출생 대책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느냐"라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의 86.1%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답변은 10명 중 1명(11.1%)에 그쳤다.
일본인 역시 72%가 '찬성한다'고 했고, '반대한다'는 21%였다. 한국과 비교해선 일본의 저출생 재원 확보 지지 여론이 약간 낮은 편이다. 최근 일본에서 저출생 재원 마련을 두고 사회적으로 격론을 벌였던 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일본에선 지난해 말 공개된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대학 수업료 무상화 방안은 "지나치게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샀고, 저출생 재원을 공적 의료보험료에서 '지원금' 명목으로 추가 징수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사실상의 증세라는 야당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저출생 대책에 대규모 재정이 들어가지만 실제 효과는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한일 모두 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한국인의 73.9%, 일본인 77%가 자국 정부의 저출생 대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저출생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인 91.8%, 일본인 89%가 "저출생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양국 모두 빠르게 '출산 절벽'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 탓이다. 지난 5일 발표된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1.2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추락했다.
육아 부담은 사실상 임신·출산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육아와 교육에 드는 비용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는 한국인은 82.2%, 일본인은 80%에 달했다. 일본인의 경우 자녀를 원하는 만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비싼 양육비와 교육비'(2022년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설문)를 꼽은 바 있다.
일과 육아 양립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일·육아 양립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한국인의 87.1%, 일본인 82%가 "어렵다"고 했다.
육아와 돌봄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치우쳐 있었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본인 2명 중 1명(51%)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56.7%)은 더 높은 비율이 같은 답변을 했다.
이 질문에 대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한국과 일본 모두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으나 그 차이는 적었다. 한국의 경우 남성(38.8%)이 여성(37.2%)보다 1.6%포인트 많았고, 일본은 남성(46%)이 여성(44%)보다 2%포인트 많았다. 남성 자신도 육아 참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