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한일 초계기 갈등 재발 방지 합의'를 두고 한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제기됐다고 5일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참석자 중 일부는 "한국이 또 거짓말을 할 빌미를 줬다"는 황당한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 교도통신,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자민당 내 정책 관련 논의 기구인 국방부회와 안전보장조사회는 이날 합동회의를 열고 초계기 갈등 봉합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회의에서 "사실을 흐지부지 넘기고 가도 되느냐"며 이번 합의가 사실 관계를 규명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한 참석자는 "한국이 다시 거짓말을 하고, 여러 가지를 뒤집을 틈을 줬다"는 근거 없는 비난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장관을 지낸 오노데라 이쓰노리 의원은 "이 안건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회의 시작부터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이 자리에서 "북한을 견제하려면 한일 양국 간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자민당 국방부회 회장인 기카와다 히토시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안보 환경을 생각할 때 양국 협력은 필요하다"면서도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그때그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2018년 12월 20일 동해에서 북한의 조난 어선을 수색하던 중에 일어났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1 대잠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로 날아온 뒤 고도를 150m까지 낮춰 저공 비행을 하며 위협을 가했다. 반면 해상자위대 측은 당시 한국 해군이 초계기를 향해 사격 통제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으로 번졌다. 이후 한국 해군 측은 자위대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레이더를 조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고, 일본은 이를 수긍하지 않았다. 한일 군사 당국은 이 문제로 6년간 진실 공방을 벌여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화해 분위기가 마련됐고, 양국은 지난 1일 군사 협력 강화를 위해 초계기 갈등을 봉합하기로 합의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장관은 이날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찾은 싱가포르에서 양자회담을 열고 초계기 갈등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국방당국 간 대화 활성화에 합의했다.
다만 일본에서는 양국 합의 이후에도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해상자위대 간부는 일본 NHK방송에서 "양국이 군사 협력을 진행해도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자위대원들은 심리적 앙금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