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게임업계를 대변하는 인도디지털게임협회(IDGS)는 4월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법인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2021년 인도법인에 대표로 부임한 지 3년 만이다. 인도 게임시장에서 크래프톤과 손 대표가 쌓아 온 평판이 인정받은 셈이다.
손 대표는 3일 한국일보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3년 이상 쌓아온 경험 덕에 크래프톤이 글로벌 게임사 중에서는 인도 시장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며 "단기적으로 인도의 게임 유통사로 완전히 정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을 키워 현지 개발사까지 길러내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존재감을 키운 데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배그'의 힘이 컸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2018년 인도를 방문한 이후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고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요 공략지로 삼았던 저사양 PC 버전 '배틀그라운드 라이트(Lite)'와 모바일 버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인도에서도 성공했다. 손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이 힘들던 시기에는 배그 모바일이 인도 게이머 간 일상 소통 수단이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크래프톤은 2020년 11월 인도 법인을 세우고 현지 시장과 적극 밀착하기 시작했다. 배그 모바일은 한때 시장 철수 위기를 겪었지만 손 대표와 현지 직원들이 당국과 계속 소통한 덕에 현재 인도 버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는 현재 인도 내 '국민 게임'의 위상을 누리고 있다. 인도에서는 e스포츠의 대표 게임이기도 하다. BGMI 대회는 인도 게임 대회로서는 최초로 TV로 생중계해 2,400만 명이 동시에 지켜봤다고 한다.
BGMI로 인해 인도 시장에서 기반을 쌓은 크래프톤은 맞춤형 유통 전략을 펴고 있다. BGMI는 인도 명절인 홀리1와 디왈리2 이벤트를 진행한다. 2023년 출시한 모바일 전략 게임 '로드 투 발러'에는 인도 세력을 추가했다. 한국의 알케미스트게임즈가 개발한 액션 롤플레잉 '엔젤 사가'는 인도 신화와 전설에 맞춰 '가루다 사가'로 변신했다.
손 대표는 BGMI가 성공했지만 모든 게임이 인도 시장에 진출해 성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도 게임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긴 해도 아직 규모가 한국 시장의 최대 20% 수준(매출액 기준)으로 추산된다. 그는 "인도 인구가 14억이지만 게임을 해본 사람은 5억, 6억 명이고 그중 게이머로서 지갑을 여는 사람은 1억 명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게임 시장이 철저하게 모바일 위주로 성장한 것도 특징이다. 어렵고 까다로운 게임보다는 배우기 쉬운 캐주얼·보드 게임류가 인기다. 기존 시장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고품질' 모바일 게임은 오히려 설 자리가 없다. 손 대표는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했지만 200달러 이하 저가형 스마트폰이 주류"라며 "데이터 요금이 매우 저렴함에도 게임 용량이 2기가바이트(GB)를 넘기면 설치 자체를 못 한다"고 전했다.
크래프톤도 인도 시장에서 통할 만한 게임을 찾아 유통하고 마니아 취향의 게임도 플레이 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최적화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 기대하는 게임을 묻자 손 대표는 크래프톤이 인도 시장 유통을 맡게 된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을 첫손에 꼽으며 "쉬운 게임이라 성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제 인도 게임 시장 자체의 성장에도 손을 거들고 있다. 크래프톤은 2023년 말부터 스타트업을 선정해 개발 멘토링과 재정 지원을 하는 '게이밍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손 대표 스스로는 "IDGS 부회장을 맡으면서 인도의 게임 축제 '인디아 게이밍 쇼'를 한국의 '지스타'를 본 떠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