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 집권과 EU와의 관계 설정

입력
2024.06.07 04:30
27면
유럽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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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년간 보수당의 실패와 혼란, 분열을 끝낼 시간이다."(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

지난달 22일 영국 집권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가 다음 달 4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1년 전부터 보수당은 제1야당인 노동당보다 지지도가 20%포인트 정도 뒤처져왔다. 올가을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았는데 이를 앞당기는 게 그래도 집권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보수당이 승부수를 던졌다.

영국 하원은 소선거구제로 650개 지역구에서 한 명만 선출한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노동당은 389석을 얻을 것으로 보여 과반인 326석보다 63석을 더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집권 가능성이 높은 노동당은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당수가 글 첫머리 연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변화를 선거운동의 핵심어로 잡았다. 지난 14년간 보수당 집권 시기,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가 단행됐고 경제성장도 미미했으며, 물가는 올라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영국은 선진 7개국(G7) 가운데 2018년부터 5년간 경제성장률이 최저였다.

영국 교역 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EU에서 탈퇴한 것이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원인이다. 영국의 대미 교역은 EU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데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아직 요원하다. 가장 큰 시장에서 탈퇴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체(보완)시장을 찾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경제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EU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2년 전부터 브렉시트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대답한 유권자들의 비중이 그렇지 않다는 사람보다 20%포인트 정도 높았다. 하지만 브렉시트 자체가 워낙 세대별, 지역별, 계층별로 분열적 이슈였기에 EU 재가입은 아직 요원하다.

대신 사안별로 EU의 개별 프로그램에 가입할 듯하다. 지난 1월부터 영국은 EU의 연구혁신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Horizon)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호라이즌은 2021년부터 7년간 27개 회원국 연구자들에게 955억 유로를 지원한다. 이제 영국의 연구자들도 여기에 참여해 지원받을 수 있다.

안보의 경우 영국은 EU와의 협력 강화에 문제가 없다. 러시아와 중국처럼 기존 국제질서를 수정하려는 세력들이 힘을 규합하는 상황에서 영국은 EU와 안보협력 모임을 정례화하고 차차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