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일본 엔화 가치는 하락(엔저)한 반면, 국민계정 통계 개편으로 한국 경제 규모는 기존 통계보다 확대된 영향이다.
5일 한은은 '1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내고 지난해 한국 1인당 GNI가 3만6,194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NI는 한국보다 적은 3만5,793달러로 나타났다. 한은이 일본 GNI 통계를 유엔 방식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다.
일본이 2년 연속 엔저를 겪은 영향이다. 게다가 한은이 이번에 국민계정 통계를 개편하면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웃도는 시기가 2017년에서 2014년으로 앞당겨지는 등 통계상 경제규모도 커졌다. 한은은 5년마다 기준연도를 바꾸고 변화된 경제구조를 반영해 국민계정 통계를 전체 수정하는데 이때마다 통계상 경제규모는 확대된다.
일본도 통계 개편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 개편 때처럼 개편 이후에도 경제 규모는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한은은 본다. 추후 공식 통계가 나오더라도 결과값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한국 1인당 GNI는 2022년에 이어 6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GNI는 국민의 실제 구매력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1분기 실질 GNI는 교역조건 개선으로 지난해 말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태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가격의 영향을, 수입은 원유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이날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3% 성장했다고 잠정치를 발표했다. 4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치다. 한은은 GDP 통계를 '분기 속보치-분기 잠정치-연간 잠정치-연간 확정치'로 나누어 발표한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은은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옛 통계와 같고 분기 성장률 추이에도 차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통계 개편이 1분기 성장률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세부항목별로 보면 내수는 0.7→0.5%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은 0.6→0.8%포인트로 성장 기여도가 역전됐다. 수출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0.9%에서 1.8%로 대폭 조정된 영향이 컸다. 최 부장은 "정보기술(IT) 산업은 해외 공장이 많은데 그곳에서 생산된 상품 수출 성장세가 속보치 때 파악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설명했다. 통관 기준과 달리 한은이 작성하는 GDP와 국제수지는 해외생산수출도 통계에 포함한다.
반면 내수는 설비투자 성장률이 마이너스(-)0.8%에서 -2%로 하향되면서 성장 기여도가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2.7%에서 3.3%로 전기 대비 성장률이 상향됐으나 "주거용 물량 축소, 착공·수주 감소세 지속 등으로 향후 다소 부진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최 부장은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질서 있는 조정으로 잘 마무리된다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속보치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0.7%, 정부소비는 0.1%포인트 증가한 0.8%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