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 이후 대북 압박의 선봉에 선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 지역 주둔 부대가 이르면 이달 하순 본격적인 포 사격 훈련에 나설 계획이다. 5년여 만에 실시하는 대대적 사격 훈련으로, 오물 풍선 등 북한의 잇단 복합 도발에 대응하는 군의 첫 조치가 될 예정이다.
5일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병대는 곧 훈련 규모와 일정 등을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고 승인 즉시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구체적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확고한 대북 응징 의지에 따라 두 달간 꽃게 금어기에 돌입하는 21일 이후 곧바로 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북도서 지역의 해병대가 선봉에 나선 이유는 이 지역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가장 팽팽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이 이달 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해상 국경선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새 해상국경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중첩될 경우 연평해전(1999), 제2연평해전(2002), 대청해전(2009), 천안함 피격 사건(2010), 연평 포격전(2010) 등 과거의 물리적 충돌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현재 군의 핵심 전력으로는 해병대가 운용하는 K-9 자주포가 첫손에 꼽힌다. 신형 포탄 개발로 최대 사거리가 60㎞까지 늘었고, 신속한 기동과 빠른 연사속도도 장점이다. 이에 따라 장산곶, 옹진반도, 해주 일대 등에 배치된 북한 해안포를 충분히 맞상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지난 1월 북한이 사흘에 걸쳐 해안포 200여 발을 쏴댔을 때, K-9은 두 배인 400여 발을 응사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K-9은 경계 대상 1순위다.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전은, 북한이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실시한 연평부대의 K-9 사격훈련을 빌미로 한 도발이었다. 정전 협정 이래 최초의 민간 거주구역에 대한 북한의 공격에 대응해 당시 K-9은 북한에 80여 발의 포탄을 쏟아부어 포격전의 승리를 이끌었다.
서북도서 지역 부대는 또한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응한 다양한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 2013년 도입된 '스파이크 미사일'은 갱도에 숨겨진 해안포를 족집게처럼 공격할 수 있고, 적이 대규모 병력 상륙을 감행할 경우를 대비한 '비궁' 지대함 유도로켓도 상시 대기 중이다. '공기부양정 킬러'로 불리는 전력이다.
군 안팎에선 5년여 만에 서북도서에서 재개하는 해상사격 훈련인 만큼 이들 무기체계가 총동원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여기에 해군도 이달 중 NLL 인근에서 함정 기동 및 포사격 훈련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통합방위본부(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현 상황과 관련된 국민 안전보장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통합방위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국방부,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해경청, 소방청, 서울시 등 유관기관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승오 통합방위본부 부본부장(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실시간 상황전파체계, 상황별 대응 방안 등 북한의 각종 도발 시 범정부 차원의 안정적인 안보 상황 관리체계와 국민 혼란 최소화·안전 보장 대책을 논의했다"며 "해당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실질적 통합방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