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통역사 “도박 빠져 오타니 돈 손댔다” 시인... 오타니 “이제 끝났다”

입력
2024.06.05 07:33
미즈하라, 양형 거래 뒤 유죄 인정
오타니, 성명서 “경기에 집중할 때”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미국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소속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돈에 손을 댄 혐의로 기소된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오타니는 “이제 끝났다”며 안도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4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州) 샌타애나 연방법원에서 열린 형사 재판에 출석해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그는 법정에서 “나는 피해자 A(오타니)를 위해 일했고 그의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큰 도박 빚에 빠졌다. 그의 은행 계좌에서 돈을 송금했다”고 말했다. 다른 진술은 하지 않았다.

미즈하라는 자신의 스포츠 도박 빚을 변제하기 위해 오타니 은행 계좌에서 약 1,700만 달러(약 233억 원)를 빼내 도박업자 계좌로 이체하며 은행이 이를 승인하게 만들려고 거짓말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2022년 소득을 국세청(IRS)에 신고할 때 410만 달러(약 56억 원) 상당 추가 소득을 누락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즈하라는 지난달 검찰과의 양형 거래(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감형해 준다는 피고인과 검찰 사이의 합의)에서 오타니에게 약 1,700만 달러를 반환하고 국세청에 114만9,400달러(약 15억8,000만 원)의 세금과 이자, 벌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은행 사기의 최대 형량은 징역 30년, 허위 소득 신고는 최대 징역 3년이다. 선고 공판은 10월 25일로 예정됐다.

검찰은 오타니의 진술과 휴대폰 기록 등을 토대로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채무 변제를 알고 있었거나 관여했다는 사실의 증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오타니가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지난 4월 결론지었다.

오타니는 이날 미즈하라의 재판이 끝난 뒤 성명을 발표하고 “이런 완전한 유죄 인정은 나와 내 가족에게 중요한 종결(closure)을 가져왔다”며 “이제 이 장을 닫고 야구 경기 및 승리에 계속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