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최저임금 인상 수준·차등 적용 놓고 ‘건건이 충돌’

입력
2024.06.04 16:40
최저임금 심의 2차 전원회의

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 최저임금 심의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수준, 업종별 차등적용, 플랫폼 노동자 확대 적용 등을 놓고 건건이 부딪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본격화했다. 사용자 측 위원인 류기정 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인 노동자 비율이 업종별로 40~50%씩 차이가 나는 비정상적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지만 경영계는 기업들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자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논의 자체에 선을 그었다. 근로자 측 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미 국회에는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라며 “앞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같은 사회 갈등만 야기하는 주제는 걷어내고 하루빨리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맞는 심의가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맞섰다.

인상 수준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사용자 측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수출과 생산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소기업·소상공인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라며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역대급 경영난을 겪는 소기업·소상공인의 처지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노동자 측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국가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했다”며 “생활이 안정돼 사람을 만나고 소비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게 국가 어젠다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배달·운전·웹툰 등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게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도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경영계 입장과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대책을 세우는 게 최저임금위원회가 할 일”이라는 노동계 입장이 부딪혔다.

노사는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 실태’를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지난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산출되는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는 최저임금 산정의 중요한 참고자료다. 1인 생계비에 해당하는 이 금액은 월 245만9,769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시급 9,860원) 기준 월급인 206만740원보다 약 39만 원 많다. 경영계는 이를 두고 “월 소득 700만~800만 원에 달하는 고임금 소비까지 포함된 평균값”이라며 평가절하했고, 노동계는 “‘단신 노동자’가 아닌 ‘부양 가족이 있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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