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권이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하지만 압승을 예견했던 당초 관측과 달리 확보 의석수가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게 됐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에 이어 인도 역사상 두 번째 '3연임 총리' 시대를 열게 됐지만, 향후 모디 정부의 국정 동력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개표가 95% 이뤄진 시점까지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주도하는 정치연합 국민민주연합(NDA)이 전체 543개 지역구 중 최소 292곳에서 승리하거나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디 총리는 이날 여당 당사 앞에서 승리선언을 했다.
전체 543석 가운데 과반(272석)은 웃도는 숫자지만, 당초 예측치와는 격차가 상당하다. NDA는 지난 1일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 많게는 400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딴판이었던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NDA가 목표로 세웠던 400석에는 물론, 직전 2019년 총선에서 확보한 353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무엇보다 BJP 단독으로는 240석에 그쳐 과반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래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건 처음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인도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소수 정당들에 의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주축이 된 정치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230곳에서 앞서가면서 예상 외 선전했다. 출구조사 결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던 120여 석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은 이번 선거 기간 내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모디 총리 재임 시기 인도는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7%에 달하는 등 고속 성장을 이뤄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양극화 등 성장의 이면을 지적하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특히 모디 정부가 야권을 탄압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슬림을 차별하는 등 헌법과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도 거셌다. 이번 선거 결과 역시 모디 집권 하에서 이룩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 적잖은 유권자들이 변화를 요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개표 초반 당초 예상과 달리 야권이 선전하면서 인도 증시가 6%가량 폭락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코노믹타임스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이날 인도 대표 주가지수 니프티50 종가는 2만1,884.50으로 전날보다 5.93% 하락했다. 친(親)기업·시장 성향이 옅은 INDIA의 선전으로 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주식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 5년의 연방하원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4월 19일부터 지난 1일까지 6주간 7차례로 나뉘어 치러졌다. 만 18세 이상 등록 유권자 수만 9억6,900만 명에 달해서다.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최다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면 NDA는 차기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