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문 졸업사진 등을 이용해 '불법 합성물'을 퍼뜨린 남성이 첫 공판에서 자신의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구속 상태로 법정에 나오자마자 울먹이며 몸을 부르르 떠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부장 박준석)는 4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39)씨의 첫번째 공판을 열었다. 박씨 변호인은 "일부 혐의에 대한 사실 관계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씨 측은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든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 합성물 게시와 전송 혐의 등은 인정했고,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 혐의는 부인했다. 반포·배포 행위를 소지죄로 인정하는 것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출신의 박씨는 2021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대학 동문 등 여성의 졸업사진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동영상을 소지·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포함 1,852건의 불법 영상을 유포 및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검찰은 박씨에 대해 음란물 제작 혐의로는 직접 기소하지 않았다. 박씨 측은 재판에서 "(제작자는) 따로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관련 수사를 계속해 추가 혐의로 박씨를 기소할 방침이다.
박씨 측은 '피해자들과 아는 사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일부는 알고 일부는 모르는 관계"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해자 다수가 지인으로 인한 피해를 입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피해자 별로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 나선 박씨는 재판 내내 피고인석에 앉아 어깨를 떨며 울먹였다.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하자 얼굴을 감싸쥐면서 괴로워하기도 했다. 박씨는 재판부가 "변호인이 밝힌 입장과 일치하느냐"고 묻자 "네"라고 벌벌 떨며 짧게 답했다.
박씨 외에도 여러 가담자가 드러난 이 사건은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해 61명에 달한다. 다른 공범인 20대 박모씨 역시 지난달 구속 기소돼 28일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