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남자 배구 대표팀이 성공적인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리며 반등하고 있다.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대회 조별리그 전승을 거둔 대표팀은 차기 시즌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을 위해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일(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이번 대회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카타르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었다. 전날 인도네시아에 3-0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카타르까지 제압하면서 한국은 C조 1위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항저우 참사'는 잊어라... 세대교체 성공
남자 배구 대표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항저우 참사'를 겪는 등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금메달을 따오겠다며 자신만만하게 출정했으나 12강전에서 파키스탄에 0-3으로 완패해 조기탈락한 것.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61년 만의 노메달이다. 2024 파리 올림픽 본선도 좌절됐다. 올림픽 본선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오르지 못하고 있다.
대한배구협회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라미네스 감독을 선임했고, 라미네스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며 세대교체 신호탄을 쐈다. '99즈'로 불리는 임성진(한국전력), 김지한(우리카드), 이상현(우리카드) 등 1999년생들은 물론, 2000년대생인 김영준(우리카드), 김준우(삼성화재) 등이 대표적이다. 2004년생 대학생인 최준혁(인하대)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선수(대한항공), 신영석(한국전력) 등 기존 베테랑들은 이번엔 자취를 감췄다.
젊은 선수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인도네시아전에서 김지한은 팀 내 최다인 16점을 따냈고, 신호진과 최준혁도 각각 13점, 10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카타르전에서도 김지한, 임성진, 신호진으로 구성된 견고한 삼각 편대의 활약이 빛났다.
8강 상대는 바레인 혹은 필리핀
대표팀은 6일 A조 2위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현재 A조 1위는 중국이고, 2,3위를 바레인과 필리핀이 다투고 있다. 아시아 강팀 중국을 피한 건 긍정적이지만, 바레인과 필리핀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 긴장을 늦추긴 어렵다. 바레인은 지난해 이 대회 준결승에서 한국을 셧아웃시킨 데다 이번에는 홈팀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라미네스 감독이 바레인 대표팀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어 우리 대표팀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필리핀은 주장 마크 에스페호가 국내 프로 리그팀인 대한한공 소속이라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잘 아는 만큼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이번 대회 우승팀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챌린저 남자배구대회 출전권을 획득한다. FIVB 발리볼 챌린저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 2025 VNL에 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