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2심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재판부가 당분간 새로운 사건을 맡지 않는다. 해당 재판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이 회장 항소심 재판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4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 13부(부장 백강진)는 다음 달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두 달간 새로운 사건을 배당받지 않기로 했다. 법원 예규상 집중 심리가 필요할 때 재판부는 법원에 신건 배당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검토할 증거와 기록의 분량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1,360쪽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를 내고, 증거 2,000여 건을 새로 제출했다. 자본시장법 전문가 등 11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불법적 합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등을 동원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이 불법 합병을 은폐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잠식을 막으려 4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받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19개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제일모직과 심상물산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는 사실까지는 인정했다. 그러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침체하던 삼성물산을 살려 신성장 동력을 얻겠다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합병했다는 이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1심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도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이 결과에 대해 검찰은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 거래 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에서 1심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 데 이어 다음달 22일 공판준비기일을 한차례 더 열기로 했다. 증인 신문 필요성에 대한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변호인들이 검찰 측 증거를 열람·복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