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농장에서 비글 4,000마리를 학대해 온 미국의 한 실험용 동물 공급 업체가 500억 원에 가까운 벌금을 물게 됐다. 비위생적인 농장 시설을 방치한 것도 모자라, 각종 부상에 시달리는 개들을 모른 척하며 학대를 일삼은 곳이다. 이번 벌금 규모를 두고 미 현지에선 "동물 복지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평가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미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버지니아 연방 서부지검은 과거 개 농장에서 비글 4,000마리를 학대한 혐의(동물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엔비고가 3,500만 달러(약 480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엔비고는 의학 및 제약 실험용으로 동물 농장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미 버지니아주 컴벌랜드의 약 40만 평에 이르는 개 농장에서 비글 4,000여 마리를 사육했다. 2022년 휴메인 소사이어티 등 미 동물보호단체들의 고발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발견 당시 비글들의 사육 실태는 처참했다. 철창 우리는 배설물과 음식물 찌꺼기로 가득했다. 청소는커녕 개들은 아예 오물 더미에 파묻혀 생활했다. 물 그릇은 말라 붙어 있었다. 영양 부족과 탈수에 시달렸다.
병이라도 걸리면 치료 대신 안락사가 진행됐다. 그마저도 진정제(마취제) 없이 심장 근육에 직접 주사를 놔 개들을 안락사시킨 정황들이 확인됐다. 다친 개들도 많았다. 배설물이 쉽게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우리 바닥 탓에 개들은 발을 헛디뎌 발 부상을 달고 살았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2021년 1~7월에만 비글 300마리 이상이 죽었다. 원인은 모두 '알 수 없음'이었다. 농장은 비글의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회사는 개들을 돈으로만 봤다. 북미와 유럽 전역에 약 20개 지점을 보유한 이 회사가 2019년부터 약 3년간 개 농장에서 제약사와 실험실 등에 판매한 비글만 1만5,000마리에 달한다. 이를 통해 챙긴 1,600만 달러(약 220억 원)의 수입을 챙겼다. 개 수천 마리를 한꺼번에 키우면서도 이 큰 농장의 관리 인력은 고작 40명뿐이었다. 수사를 이끈 크리스토퍼 캐버노 검사는 "엔비고와 이노티브가 동물보호법을 준수하지 않고 이익과 편의만 취했다"며 "이는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대우란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엔비고가 물게 될 벌금은 "역대 동물 복지 관련 사건 중 사상 최대 규모(NYT)"가 될 전망이다. 당시 농장에 있던 비글 4,000마리는 모두 구출돼 전국의 보호소로 옮겨졌다. 이노티브는 "동물 복지에 대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