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보호숲에서 벌채가... 그린피스 "서울 1.2배 보호림 위험"

입력
2024.06.04 13:50
그린피스, 보호지역 벌채 실태 조사
보호지역 7만5,000㏊ 경제림에 겹쳐

서울시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생태계 보호지역 내 숲이 벌목용 나무를 육성하는 ‘경제림’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환경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백두대간 보호지역 일부도 경제림으로 지정된 것으로 분석돼 실효성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호받지 못한 보호지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호지역 중 7만4,947㏊(헥타르)가 경제림 육성단지와 겹쳐 있다. 그린피스가 세계 보호지역 데이터베이스(WDPA)에 기록된 국내 보호지역과 산림청의 경제림 육성단지 지도를 분석한 결과다. 경제림 육성단지는 고품질 목재를 지속적으로 생산·공급하고자 나무를 심고 벌목하도록 조성된 지역으로, 산림청이 지정한다.

경제림과 중첩된 보호지역은 수변구역(36.6%) 비율이 가장 높고 생물권보전지역(26.3%), 특별대책지역(16.1%)이 뒤를 이었다. 또 환경부 관리지역(36.7%)이 가장 넓고 이어 지방정부, 산림청, 해양수산부 순이었다. 중첩 보호지역의 36.6%는 국유림이다.

백두대간 보호지역도 일부 경제림에 포함돼 벌목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린피스는 “지난 4월 백두대간 보호지역 중 하나인 전북 무주군 민주지산을 방문한 결과, 총 11개 구역에 걸쳐 ‘모두베기’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에 있던 다양한 수종을 베고 일본잎갈나무(낙엽송), 상수리나무 등 특정 수종을 심기 위한 것이다. 이 지역에는 ‘민주지산 선도 산림경영단지 숲가꾸기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라는 안내문도 세워져 있었다고 단체는 전했다.

보호지역에서 경제림 개발이 가능한 건 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에 참여한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백두대간보호법은 보호지역 내의 금지 행위만을 열거하는 ‘블랙리스트’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입목 벌채는 금지 행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는 백두대간의 자연환경을 보전한다는 입법 취지에 맞지 않고, 보호지역의 효과적 보전·관리를 요구하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가 미국 메릴랜드대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보호지역 내 숲은 3,334㏊가 줄어들었다. 축구장 4,763개와 맞먹는 면적이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보호지역 개발 행위는 야생동식물 서식처와 탄소흡수원 파괴로 이어지고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만큼, 정부는 보호지역 내 경제림을 해제하고 보호지역을 실효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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