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확정 뒤 첫 수능 모평... "지난해 수능 못지않게 어렵다"

입력
2024.06.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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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학원가 수학·영어 세부 평 엇갈리지만
대체로 작년 수능과 엇비슷한 난도로 평가
"매력적 오답 배치해 변별력 확보" 반응

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모평)는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지난해 수능에 준하게 까다로웠다는 총평을 받았다. 이번 시험은 의과대학 증원 확정으로 대입 판도 격변이 예고된 가운데 첫 수능 리허설 격으로 치러져 주목받았다. 입시업계는 지난해 정부가 세운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원칙이 유지되긴 했어도 "최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모든 수험생들에게 상당히 부담 가는 시험"(종로학원)이라고 평했다.

국어, 변별력 문항 두루 배치

국어는 지난해 수능 국어보다 약간 쉬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최서희 중동고 교사는 "작년 수능보다 다소 쉽게, (그 직전) 9월 모평보다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 말했다. 지난해 수능은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 지난해 9월 모평은 142점으로 고난도로 평가됐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가는데, 통상 140점을 넘으면 어려운 시험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수능은 1등급 내에서도 최저점과 최고점 격차가 17점이나 날 정도로 최상위권 변별력이 높았다.

입시업체들도 이번 모평 국어가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또는 약간 쉬웠다'고 분석했다. 표준점수 최고가 136점이던 지난해 6월 모평보다는 "다소 어려웠다"는 강사들 분석(종로·대성학원)도 나왔다. 다만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만나본) 수험생들은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강사들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변별력 있는 문항들이 공통과목(문학·독서)에 두루 배치됐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플라스틱 형성 원리를 소재로 한 과학·기술 지문 9번과 도덕 문장의 진리 적합성을 다룬 인문 지문 16번 등이 어렵게 체감됐을 문항으로 꼽혔다.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에선 '고대 국어 차자(借字) 표기'를 다룬 39번이 난도 있는 문항으로 평가됐다. 최서희 교사는 "전체 맥락을 알아야 하는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들로 변별력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문항 패턴 바뀐 수학... "수험생들 당황했을 것"

수학은 난도 평가가 다소 엇갈렸으나 대체로 지난해 수능 못지않게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EBS 수학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운 수준이지만 변별력은 충분히 확보됐다"며 "수험생 체감 난도는 지난해 9월 모평과 지난해 수능 사이일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수능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 148점, 1등급 내 점수 편차가 15점으로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모평도 최고점 144점으로 만만치 않았다.

종로학원은 가장 변별력 있는 문항으로 15번, 22번 등을 꼽으면서 "수험생은 달라진 문항 배치 패턴에 당황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통상 객관식 마지막 문항(15번)은 수학Ⅰ에서 출제되다 이번엔 수학Ⅱ(적분)에서, 주관식 마지막 문항(22번)은 수학Ⅱ에서 출제되다 이번엔 수학Ⅰ에서 출제됐다는 것. 대성학원도 15번과 22번을 최고난도 문항으로 꼽으면서도 "작년 수능보단 약간 쉬웠다"고 평가했다. 반면 메가스터디는 "선택과목(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 모두 28번, 30번 난도가 높다"며 "작년 수능보다 약간 어렵다"고 평했다.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이번에도 크게 벌어질 것"(종로학원)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영어도 '매력적 오답' 배치... 수능 최저 충족 '복병'

절대평가인 영어도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 못지않게 답을 고르기 까다로웠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김예령 EBS 영어 강사(대원외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과 대체로 비슷하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우리말로 번역해도 이해가 어려운, 지나치게 추상적인 지문은 배제했다"면서도 "다양한 유형에서 매력적인 오답 선택지와 참신한 정답 배치로 변별력이 확보됐다"고 봤다. 변별력이 높은 문항으로 21번과 24번(추론), 34번(글 순서), 39번(문장 삽입) 등이 꼽혔다. 지난해 수능 영어는 90점 이상 1등급이 상대평가 수준인 4.71%에 그칠 만큼 어려웠다.

입시업계에선 지난해 수능 영어보다 "어렵다"(대성학원)거나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다"(종로학원)는 반응이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가 본수능에도 이렇게 나오면 수능 최저 등급 미충족자가 늘어날 것이고 사실상 상대평가에 준하는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 95%는 수능 최저 등급 충족을 요구한다. 메가스터디는 "작년 수능보다 쉬웠다"며 다른 평가를 내렸다.

모평은 수능을 실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고사로 본수능 난이도와 변별력을 정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모평은 재학생을 제외한 N수생(졸업생 등) 지원자 수가 8만8,698명(18.7%)으로 역대 최대였다. 성적은 7월 2일 제공된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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