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한일 정부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작 양국 국민은 한일관계 변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일본인 모두 지난 1년 변화에 대한 긍정 평가는 과반에 못 미쳤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비판 의견이 옹호 의견보다 2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오는 등 관계 개선 방향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일보가 창간 70주년(6월 9일)을 맞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지난달 24~26일 한국인 1,000명, 일본인 1,045명을 대상으로 각각 조사한 뒤 11일 공개한 '2024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왕래하는 '셔틀 외교'를 복원하며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과 달리, 양국 국민의 평가는 박했다. '최근 1년간 한일 관계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34%로, 부정 평가(58.3%)보다 24.3%포인트나 적었다. 일본인도 부정 평가(46%)가 긍정 평가(45%)보다 많았다.
한국은 정치 이념 성향에 따라 평가가 명확하게 갈렸다. 자신의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는 최근 1년간 변화에 대해 57.1%가 긍정 평가(부정 평가 36.8%)했지만, 진보층과 중도층의 긍정 평가는 각각 16.4%(부정 78.4%), 30.6%(부정 64%)에 그쳤다. 일본인은 여당·야당 지지층 모두 긍정 평가가 50%였다. 다만 부정 평가는 야당 지지층이 45%로, 여당 지지층(43%)보다 다소 높았다.
일본 정부가 관계 개선의 핵심인 역사 문제에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데 대한 불만이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제3자 변제'(피해자에게 일본 기업 대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배상) 해법을 제시했지만, 일본은 그에 맞는 사과나 추가 조치 없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양국 국민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한일 모두 지난해보다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인은 부정 평가(60.6%)가 긍정 평가(34.0%)를 압도했다. 일본인도 부정 평가 비율이 지난해 31%에서 올해 39%로 8%포인트나 상승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일 관계 평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재 양국 관계를 '좋다'고 답한 한국인 비율은 42.5%(지난해 43.5%)로, '나쁘다'(51.6%)는 의견보다 적었다. 반면 일본인은 '좋다'가 50%, '나쁘다'가 44%였다.
최근에는 일본 총무성이 메신저 업체 라인야후의 대주주 네이버의 지분 조정을 시도하는 행정지도로 논란이 일면서 한국에서는 반일(反日) 여론이 일기도 했다.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도 한일 간 차이가 뚜렷했다. 한국인은 28.7%가 '일본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일본인은 42%가 '한국을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상대국에 대한 친밀감은 한일 모두 2013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인은 32.7%, 일본인은 48%가 '상대국에 친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의 공동 여론조사 30년째인 올해는 양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 저출생에 대한 인식을 처음으로 조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