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접경지역 고공 포집까지... '모기와의 전쟁' 더 똑똑해지다

입력
2024.06.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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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AI-DMS 청주·화성에서 본격 가동
접경지역에는 10m 높이 고공포집기
"기류 탄 모기는 수㎞ 날아갈 수 있어"

모기의 "윙윙" 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모기는 일본뇌염과 말라리아를 비롯해 치명적인 질병의 매개체. 감염병 위험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모기 감시자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모기와의 전쟁'에서 기본은 채집과 분석인데, 올해는 색다른 무기도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인공지능(AI) 모기감시장비(AI-DMS)와 고공포집기다.

AI의 주요 매개모기 5종 분류 정확도 95%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AI-DMS는 기존 모기감시장비에 자동 분류 알고리즘을 탑재해 실시간 감염병 매개모기 발생을 파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질병청은 2020년 이미지 획득 기술, 이듬해 포집장치 제어 모듈을 개발한 뒤 지난해 시제품으로 시범 운영을 하며 성능 검증 및 보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도 획득했다. 미국 등에서 비슷한 장비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야외 테스트까지 완료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I-DMS는 포집된 모기의 사진을 찍어 AI로 모기 종류를 구분하고 채집 시간대 등의 정보를 합쳐 중앙 서버로 전송한다. 지금까지는 장비를 수거하고 모기를 육안으로 분류한 뒤 매개체의 발생 정보 확인까지 1주일 이상 걸렸다. 이 때문에 매개모기 출현과 방제 사이에 시간 차이가 있었다.

질병청은 올해 충북 청주시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각각 AI-DMS 1대를 배치했다. 추가 보급을 위해 대당 2,000만 원 정도인 장비 가격을 낮추기 위한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주요 모기 5종에 대한 기계학습으로 현장 분류 정확도는 95% 이상"이라고 밝혔다. 주요 5종에는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 지카바이러스와 뎅기열 등 매개모기인 흰줄숲모기도 포함된다.

접경지역 10m 상공에 모기 포집기 설치한 이유

질병청은 올해 경기 파주시의 접경지역에 높이가 10m에 이르는 모기 고공포집기를 설치했다. 동물의 피를 빨기 위해 지면 근처에서 활동하는 모기의 특성과 배치되는 듯하지만 이유가 있다. 기류를 타고 북한에서 넘어오는 말라리아 매개모기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고공포집기는 이동성 병해충인 애멸구 등을 감시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게 원조다. 질병청은 2020년부터 농진청 산하 전국 11개 농업기술센터 협조로 해당 지역 고공포집기에 잡힌 모기를 분석한 결과 감시 효과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제주에 일본뇌염 매개모기 등을 감시하기 위한 첫 번째 고공포집기를 설치했고, 올해 파주시에도 세웠다. 2025년에는 말라리아 매개모기 영향권인 인천 강화군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지난해 673명이 보고돼 2022년에 비해 76.2%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31일까지 100명이 말라리아에 걸렸는데, 경기(61명) 서울(14명) 인천(10명)에 환자의 85%가 집중됐다. 이 같은 수도권 말라리아 환자는 북한에서 날아온 모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북한에 서식하던 말라리아 매개모기가 야간에 날갯짓을 하다 보면 기류를 타고 본의 아니게 먼 거리를 날아올 수 있다"며 "올해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경기 안산시, 화성시가 포함된 것도 이런 이유라 접경지역 고공에서 모기를 감시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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