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제재' 탄력 받은 공정위 "게임 시장 집중 감시"

입력
2024.06.04 10:00
게임학회 춘계 학술대회서 '게임 시장 공정질서 확립' 강조
문체부 게임위도 게임법 개정으로 '확률 표기 의무' 모니터링



박세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장은 1일 중앙대에서 열린 한국게임학회 춘계 학술발표대회 기조강연에서 1월 진행된 '확률형 아이템 기만행위 제재' 이후 "게임 이용자들의 호응이 굉장히 높았다"며 게임 시장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게임업계를 집중 감시하고 있으며 현장 조사도 여러 차례 나갔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최근 그라비티·웹젠·위메이드·컴투스·크래프톤 등을 잇따라 현장 조사했다.

앞서 공정위는 넥슨이 2021년까지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바꾸고도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는 이유로 전자상거래법 위반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했다. 넥슨은 '당시 법적인 확률 정보 공개 고지 의무가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정위의 활동은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국장은 "공정위가 게임 산업에 관여한 것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관심을 많이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인벤' 등 게임 전문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고도 했다.



게임법 개정 덕, 게임위도 확률 표기 점검... '조작 판별'은 어려워



문화체육관광부도 최근 시행된 게임산업진흥법을 계기로 확률형 아이템 대응에 나서고 있다. 3월 개정 게임법 시행 이후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게임위는 정보 공개 의무 위반 행위 150건에 대해 시정 요청을 했다. 요청이 수용되지 않으면 문체부가 시정 권고·명령을 하고 그럼에도 변화가 없으면 처벌 대상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게임위의 감독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확률 표시 자체를 하지 않은 경우 △서로 다른 곳에서 동일 아이템의 확률 표기가 상이한 경우 등에 집중되고 있다. 게임위 관리위원인 이용민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는 "표시한 확률과 게임 내의 실제 확률이 다른지는 '메이플스토리' 사례처럼 내부 문서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구제'는 아직... 5,800명 집단 분쟁조정 지원


문제는 조사 결과가 빠르게 나오기도 어렵고 소비자 구제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게임 이용자 중 5,804명이 해당 제재를 근거로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고 공정위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박 국장은 "집단분쟁 조정은 늦어도 10월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넥슨이 조정안을 받지 않으면 이용자들은 소송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게임사와 이용자 간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소송전의 대안으로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동의의결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동의의결제는 피해를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동의할 만한 시정 방안을 제시할 경우, 공정위가 이를 승인하고 실제 시정이 되는지 모니터링까지 하는 제도다.

올해 한국게임학회 춘계학술대회는 '게임의 이용자 권익보호와 사회적 책무'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 실패와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게임산업 진흥 방안에 대한 토론도 진행됐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사의 '자율규제' 실패로 인해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도입되는 흐름이 형성됐다고 지적하며 "게임사는 이용자를 게임 진화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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