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내 증시에서 에너지 관련주들이 대거 상한가 마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한국가스공사는 전장보다 29.87% 상승한 3만8,70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국내 발전사 및 도시가스사에 공급하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가 (동해에서) 생산된 가스를 인수하고, 육지까지 파이프라인 설치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상한가에 오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동시에 "한국석유공사가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전 지분을 보유하게 될지, 민간 혹은 외국 자본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에너지 도·소매업체들도 이른바 'K산유국 프로젝트'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받아 120만여 가구에 주택·업무·일반·산업용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코스피 상장사 대성에너지가 대표적이다. 대성에너지는 이날 29.91% 오른 1만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선 흥구석유가 상한가를 찍었다. 흥구석유는 GS칼텍스로부터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을 매입해 대구·경북 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마감가는 30% 오른 1만6,250원이다.
강관(강철로 만든 관) 및 밸브 업체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액화석유가스(LPG) 용기용 밸브 등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화성밸브, 가스 및 석유 수송용 강관을 공급하는 코스피 상장사 동양철관이 나란히 상한가에 등극해 각각 6,640원, 904원에 장을 마쳤다.
매수세가 급격히 쏠리면서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은 물론 다수 관련주에 변동성완화장치(VI)도 발동됐다. 특히 경동도시가스(13.62%)와 SK가스(6.72%)는 VI가 4회 발동되는 과열을 보였다. VI는 가격 급변을 막기 위해 몇 분간 단일가 매매(투자자 주문을 모아 일시에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 체결)만 가능하도록 하는 일종의 냉각 장치다.
이날 에너지 테마주의 부상과는 별개로, 시장에 우호적인 거시 경제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국내 증시엔 4거래일 만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보는 물가지표 개인소비지출(PCE) 4월분이 예상에 부합하며 금리인하 기대감 및 위험 선호 심리가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수출이 계속 견조하다는 소식이 들리자,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대비 저렴한 국내 주식에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상위주 삼성전자(2.99%), SK하이닉스(2.64%), 현대차(4.74%) 등의 반등으로 1.74% 오른 2,682.52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