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 사고가 발생한 육군 을지부대(12사단) 소속 훈련병의 어머니가 "군기 훈련이 아니라 명백한 가혹행위였다"며 "적어도 상해치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사단 소속 한 훈련병의 어머니 A씨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어제 (사단에 있는) 아들과 통화를 했다"며 사단 내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까지 해당 사단 소속 훈련병들의 외부 인터뷰는 허락되지 않고 있다.
A씨는 우선 아들로부터 전해 들은 사망 사고 당일의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그날 받은 훈련이 뭐였냐고 물으니 실외에서 진행되는 전투 부상자 처치 훈련이었다더라"라며 "누워 있는 친구들을 끌어 옮기기도 했고 날씨가 더웠던 데다 계속 서있었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군기 훈련은 해당 훈련이 끝나고 바로 시작됐다고 한다. 군기 훈련 전 건강체크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망한 훈련병은 훈련을 받던 중 기절하고서야 의무실로 옮겨졌다고 한다. A씨는 "아들 말로는 (사망한) 친구가 기합을 받다가 기절을 해 의무실로 옮겼는데 이후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민간병원으로 옮겼다더라"라고 했다.
A씨는 사고 이후 사단 내에서 외부 훈련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너희들은 편하게 있으라'는 취지로 실내 훈련만 하고 쉬는 시간도 자유롭게 양해해주고 있다더라"라며 "아들 말로는 5주 차에 남아있는 힘든 훈련도 밀렸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인 것 같다"며 "아들은 '간부님들이 잘해주시니 걱정 말라'고 하는데 부모 입장에서 그 얘기를 듣고 다행스러워하는 것도 죄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숨진 훈련병과 얼차려를 같이 받은 5명의 상태를 우려하기도 했다. A씨는 "나머지 5명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들은 게 있느냐고 물어보니 '(같은 생활관이 아니라 정확히 모르지만) 그냥 우리랑 똑같이 생활하고 있을걸'이라고 얘기하더라"라며 "그 친구들이 그냥 방치돼 있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했다. 또 "남은 훈련병에 대해 심리 치료 같은 게 하나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현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는 여전히 잘 안 되고 있다. A씨는 "편한 훈련만 받고 있다는데, 어떤 제대로 된 훈련을 받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며 "아이들은 무조건 괜찮다고만 하는데 진짜 괜찮은 건지, 군에서 그렇게 말하라고 단속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숨진 훈련병에게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을 엄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다리 인대가 다 터지고 근육이 녹을 정도였다면 이건 훈련이 아니라 고문"이라며 "고의가 없었다면 살인죄 적용이 어렵다고 하니, 적어도 상해치사 혐의 정도의 처벌은 가해야 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장 외 다른 간부들 역시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다른 간부들도 분명 가혹행위를 당하는 걸 봤을 텐데 누구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며 "다른 분들은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어서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군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주변인과 얘기를 하거나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그 친구가 운이 안 좋았다'거나 '나 때도 그랬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럼 계속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군대에 아들들을 보내면서 계속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게 맞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