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형 일자리, 생산 실적 1%대… 3년 만에 무늬만 남아

입력
2024.06.03 18:00
㈜명신 차 부품 등 업종 변경키로
고용 인원 32.3%·생산 1.3% 그쳐
3년간 국비 등 3,800억 원 투입
"장기적 지역 기여 방안 모색해야"

전북 군산형 일자리의 대표 기업인 ㈜명신이 전기차 사업을 접기로 했다. 애초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세계 전기차 생산 핵심축이 될 계획이었으나 3년 만에 업종을 변경하면서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군산시 등에 따르면 ㈜명신은 친환경 완성차 사업에서 자동차 부품 및 자동화 설비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 둔화와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관세 증가 등 국내외 여건 악화로 위탁사의 계약 미이행, 판매 감소 등이 이어지면서 중견기업 역량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해서다.

군산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 때 중소·중견기업을 주축으로 국정과제로 추진된 사업이다.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의 잇단 폐쇄 이후 침체된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명신·에디슨모터스㈜(현 KGM커머셜)·㈜대창모터스·㈜MPS코리아 4곳이 참여해 옛 GM 군산공장과 새만금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이 기반으로 ㈜명신은 중국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바이톤으로부터 위탁 생산을 발판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자체 브랜드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전기트럭 등을, 대창모터스는 초소형 전기차를, MPS코리아는 골프카트 등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전기차 메카로 성장해 10조 원대 경제 효과를 내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성적은 참담했다. 정부와 전북도·군산시가 3년간 인건비, 연구 개발 지원금, 인력 양성 사업 등에 3,800억 원을 투입했지만 목표치에 현저히 미치치 못했다.

MPS코리아는 2022년 투자를 철회했고, 에디슨모터스는 경영난으로 같은 해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 지난해 KGM커머셜에 인수됐다. 대창모터스는 투자 계획이 늦어졌으며, 명신은 바이톤의 자금난으로 위탁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게 주된 요인이었다.

이 때문에 군산형 일자리 사업의 올해 1월 기준 투자액은 3,160억 원으로 목표액(5,412억 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고용 인원은 목표치인 1,714명의 32.3%인 554명에 그쳤고, 전기차 생산 대수도 429대로 목표 물량(34만 5,000대)의 1.3%에 불과했다.

최형열 전북도의원은 "황폐화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혈세만 낭비했다"며 "중국산 차량을 반조립 형태로 국내에 들여와 조립 판매하고, 에디슨모터스의 빚보증을 서준 전북신용보증재단은 약 50억 원의 빚을 떠안는 결과를 남겼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목표 대비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으나 참여 기업들이 지역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강진 전북연구원 기업유치팀 선임연구위원은 "군산형일자리에 참여한 기업들이 당초 목표했던 일을 이뤄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점검 없는 사후 대책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파악해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민·관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신은 경영 안정화를 위해 신사업 분야를 모색하고, KGM커머셜은 전북도 부품업체와 협력해 신차종(9M) 중형버스 인증 절차를 마무리한 후 오는 8월에 본격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추가로 재정을 지원할 계획은 없다"면서 "참여 기업 근로자의 소득 증대 지원 및 고용 안정에 힘쓰고 희망퇴직 인력에 대해서는 전기차 전후방 기업 이직을 비롯해 일자리센터 등과 연계해 재취업을 알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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