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보수'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 보궐 대선 출마

입력
2024.06.02 21:44
헌법수호위 자격 심사 넘으면 최종 후보로
앞서 두 차례 자격 심사 탈락해 출마 무산
재임 기간 하메네이에 '공개적 반기'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는 발언으로 널리 알려진 이란의 대표적 보수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67) 전 대통령이 보궐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등록했다. 이란은 지난달 19일 헬기 추락 사고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함에 따라 오는 28일 보궐 대선을 치른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국영 TV를 인용해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내무부 청사에서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 출신인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2005∼2013년 8년간 대통령을 연임했다. 그는 재임 기간 핵 개발을 추진하고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등 이스라엘과 극단적으로 대립했다.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서민과 빈곤층의 지지를 받은 한편 이란을 경제·사회적 암흑기로 몰아 넣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2009년 대선 재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으로 인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녹색운동)를 강경 진압하면서 수십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체포된 바 있다.

그가 최종 대선 후보가 될지는 불분명하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헌법수호위원회의 자격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앞서 2017년, 2021년 대선에도 도전했으나 헌법수호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란 권력 서열 1위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017년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양극화 상황이 악화해 국가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임 기간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고위성직자들의 위계질서에 공공연히 반기를 든 바 있다.

대선 후보 등록은 이달 3일까지다. 헌법수호위원회가 승인한 후보 명단은 11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