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대학별 신입생 모집요강 발표로 의과대학 증원이 마무리됐지만 의사들은 '큰 싸움'을 예고하면서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동네병원들이 파업에 미온적인 데다 파업으로 얻을 실익이 거의 없어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단과 비공개 긴급 회의를 열어 총파업과 집단휴진 등 향후 대책에 관해 논의했다. 우선 오는 4~7일 전 회원 대상으로 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뒤 9일 전국 대표자 회의를 개최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의협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법, 시기, 수위 등이 결정되면 추후 알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개최한 촛불집회 도중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 교육 농단, 암 환자 고려장, 어르신 의료 고려장을 막기 위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며 "전공의, 학생, 교수뿐 아니라 개원의, 봉직의까지 본격적으로 싸움에 나서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큰 싸움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개원의 파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의협이 총파업을 강행한다고 해도 높은 참여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원의 입장에서 병·의원 휴업·휴진은 수익 저하와 환자 이탈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2020년 의사 파업 당시에도 동네병원 휴진율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파업 참여 병원 명단이 공유되면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더구나 동네병원들은 전공의 집단이탈 이후 의료 공백을 일부 메우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대형병원에 쏠렸던 외래진료 수요가 병·의원으로 분산돼 환자가 다소 늘었고, 비상진료체계 아래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돼 수익 면에서 혜택을 봤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23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10주간 병·의원에서 이뤄진 비대면 진료는 38만5,295건(하루 평균 5,637건)으로, 전공의 집단이탈 전보다 많게는 하루에 900건 이상 증가했다.
의협 내부에서도 파업에 대한 회의적 견해가 적지 않다.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돼 총파업을 해도 원점으로 뒤돌리는 건 불가능한 데다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른 환자 피해 등 부정적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공의들과 소통이나 교감이 없어 파업을 실행할 명분이 약하고, 지난달 몇 차례 진행된 의대 교수 동맹 휴진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것도 부담이다. 이날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는 "실질적으로 개원의 휴진은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은 확정돼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집단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