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찢은 ‘트럼프 유죄’… “사퇴해야” vs “마녀사냥” 팽팽, 무당층도 갈렸다

입력
2024.06.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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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막음 돈 재판 평결 아전인수 해석
공화, 역풍 기대… 바이든 이득 미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혐의가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되자 민주당이 반색하고 있다. 특히 무당층의 ‘반(反)트럼프’ 기류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장 구도가 확 바뀌는 분위기는 아니다. 진영 대립과 정치 불신이 워낙 첨예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유죄 평결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자를 신랄하게 공격하는 대신 법치 원칙을 상기시켰다. “12명의 배심원단이 다른 재판과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돼 만장일치 평결에 도달했다. 이게 미국의 법치가 작동하는 방식”이라면서다.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당파적 재판이라는 인상을 피하려는 취지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해석했다.

양측은 또 '제 논에 물 대기' 식 해석으로 일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범죄자라는 게 명백해진 만큼 이를 적극 부각, 환멸로 정치와 멀어진 유권자를 견인하자'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유권자들이 알 만큼 아는 터라 유죄 평결이 뉴스가 되지 못한다'는 게 트럼프 측 분석(미 월스트리트저널)이다. 오히려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지만 재판 결과가 석연치 않다’고 여기는 무당층도 적지 않으리라는 게 공화당 측 기대다.

실제 1일 공개된 모닝컨설트의 지난달 31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당층 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유죄 평결이 내려진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49%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정치 경력에 타격을 주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가 유죄 평결에 개입됐을 것으로 믿는 유권자 비율도 43%나 됐다. 전날 결과가 소개된 유고브 조사에서도 유죄 평결에 동의하는 미국인은 절반에 불과했다.

평결 직후 지지율을 봐도 바이든 대통령이 얻은 이득은 크지 않다. 모닝컨설트의 양자 대결 조사(45%)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포인트 격차로 겨우 앞섰고, 전날 결과가 발표된 로이터통신 조사(다자 대결)에서도 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41% 대 39%).

도리어 눈에 띄는 것은 ‘친(親)트럼프’ 세력의 결집이다. NYT에 따르면 유죄 평결 직후부터 24시간 동안 5,280만 달러(약 730억 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트럼프 캠프가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하반기 6개월간 온라인 모금된 5,800만 달러(약 800억 원)와 맞먹는 실적이다. 성조기를 거꾸로 내걸거나, 그런 장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식으로 평결에 항의하는 트럼프 지지자도 적지 않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