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와 관련한 '딥페이크(영상·이미지·음성 조작물)' 이미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감쪽같이 날조한 이미지들은 특히 요즘 같은 정치적 혼란기에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죄가 선고된 지난달 30일부터 엑스(X)에서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둔 인플루언서들이 그를 주인공으로 한 딥페이크 이미지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게시하거나 실어나르는 이는 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그가 '부패한 시스템의 희생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기준 18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맷 월리스는 정장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이미지를 지난달 30일 자신의 X 계정에 올렸다. AI로 만들어낸 이미지였으나, 가짜란 점이 무색하게 게시된 지 사흘 만에 310만 회 이상 조회되고 11만여 명으로부터 '좋아요' 반응을 받았다.
200만 명의 구독자를 둔 다른 트럼프 지지자는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탄약 벨트를 차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미지를 게시했다. 그는 '최초의 무법자(outlaw) 대통령'이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아울러 몸에 성조기 문신을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올린 X 이용자도 있었다.
이 같은 가짜 이미지의 확산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허위정보 확산이 더욱 심화할 것을 예고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딥페이크 이미지는 추가 사실 확인을 할 경우 가짜임을 알 수도 있지만, 사안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은 이미지를 그대로 진실이라 믿을 소지가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미국 비영리단체 디지털혐오대응센터는 "AI로 생성된 콘텐츠, 특히 딥페이크 음성은 다가오는 선거의 공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유권자를 속이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