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약 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1년 연속 흑자와 8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전년 동기 대비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정보기술(IT) 전체 품목 수출이 3개월 연속 증가한 영향으로 대(對)중국 수출액이 대미국 수출액을 제치고 1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581억5,000만 달러, 수입은 2% 감소한 531억9,000만 달러였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49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6월 이후 1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 총 327억 달러 누적 흑자를 냈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1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IT 전체 품목이 3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54.5% 증가한 113억8,000만 달러로 7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으며 올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1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자동차 수출도 역대 5월 중 최대치인 64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겪고 있는 전기차 수출은 1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3% 감소했으나 하이브리드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한 미국 수출이 37.8% 증가하며 수출 성적에 힘을 보탰다. 선박 수출은 108.4% 증가한 20억6,000만 달러로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다만 철강(-11.9%), 이차전지(-19.3%), 차 부품(-5.3%), 일반기계(-1.5%) 등은 전년 대비 수출액이 줄었다. 저가의 중국산 철강 수출 증가에 따른 단가 하락, 글로벌 건설·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5월 수출 성적표가 좋은 이유로는 IT 호황기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가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올해 처음으로 110억 달러를 웃도는 113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2022년 10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대 실적을 내는 한편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으로 등판하던 와중에 중국이 다시 미국을 제치고 4개월 만에 수출국 1위로 올라선 것이다.
대중 수출액이 집중된 품목은 △반도체(47.0%) △디스플레이(28.7%) △무선통신(7.9%) 등 IT 관련 품목들이었다. 최근 반도체 판매 증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과 스마트폰 OLED 패널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대중 수출 성장을 이끌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 내 스마트폰 등 IT 제품 생산이 늘면서 한국산을 중간재로 쓰는 IT 부품 수요도 덩달아 늘어났다"며 "중국이 글로벌 IT 공장이라는 점에서 IT 수출 증가가 대중 수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2023년 말부터 이어진 수출 회복세가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에 80% 이상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협의 '2023년 수출의 국민 경제 기여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1.17%포인트로, 지난해 경제성장률(1.36%)의 86.1%를 수출이 이끌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한 비중도 2020년대 들어 가장 높은 35.7%였다.
다만 지난해 수출을 통한 국내 생산 유발 효과는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보다 자동차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 생산 유발액은 자동차가 2,313억 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반도체(1,434억 달러), 기초화학물질(774억 달러), 석탄 및 석유제품(764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조의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자동차, 일반목적용 기계 등 경제 파급 효과가 큰 품목의 수출 호조로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가 컸다"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 및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통해 우리 수출 역량을 고도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