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규모가 커 주채권은행의 체계적 관리 대상에 들어가야 하는 대기업 수가 늘었다. 쿠팡과 호반건설, 에코프로, 셀트리온이 리스트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고, 현대백화점 등 6개 계열사는 제외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2조1,618억 원 이상이고 은행권 신용공여잔액이 1조3,322억 원 이상인 36개 계열기업군을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주채무계열은 △전년 말 총차입금이 이전 연도 명목국내총생산(GDP)의 0.1% 이상이고 △은행권 신용공여잔액이 이전 연도 전체 은행권 기업 신용공여잔액 대비 0.075% 이상인 곳이 선정된다. 지난해 38개에서 4개가 새롭게 편입되고 6개가 줄면서 올해는 36개가 뽑혔다.
신규 편입된 곳은 쿠팡(총차입금 기준 28위)과 호반건설(32위), 에코프로(34위), 셀트리온(36위)이다. 쿠팡과 에코프로, 호반건설은 신규 투자 확대 등에 따라 빚이 늘면서 이름을 올렸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기 위해 신주 발행 등 자금을 조달하면서 주채무계열이 됐다.
6곳은 △영업흑자 등으로 차입금을 상환했거나(현대백화점·넷마블·DN) △총차입금 선정 기준에 미달했거나(세아)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들어갔거나(태영) △한화계열에 피인수되면서(대우조선해양) 주채무계열 목록에서 이름이 빠졌다.
36곳 중 총차입금 기준 상위 5대 계열은 SK, 현대자동차, 삼성, 롯데, LG다. 지난해 순위(현대차-SK-롯데-삼성-LG)와는 변동이 있었다. 36개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체 수는 6,421사로 지난해(6,440사) 대비 0.3% 감소했다. 계열별로는 한화가 888사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SK(865사), 삼성(624사), 현대차(488사)가 이었다. 지난해 대비 변동이 가장 큰 계열은 SK(+119사)와 LG(-87사)로, 해외법인 증감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말 기준 36개 주채무계열에 대한 은행의 신용공여액은 338조9,000억 원으로 전년(322조6,000억 원) 대비 5.1% 증가했으며, 총차입금은 641조6,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5.2% 늘었다. 총차입금 기준 5대 계열의 비중은 2022년 말 55.7%에서 지난해 말 57.6%로 늘었다. 36개 주채무계열의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이 11개로 가장 많고, 이어 산업은행(9개), 신한은행(8개), 하나은행(5개), 국민은행(3개)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주채무계열 36개 계열의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정성평가 과정에서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향후 자금 유출 전망 대비 자금 조달 여력 등 잠재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채권은행과 약정을 체결하고, 이후 은행이 계열의 자구계획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신용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