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딸이 운영하는 자회사에 공짜로 인력을 지원한 에치엔지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대기업집단이 아닌, 중견기업도 ‘총수 일가 회사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한국콜마 소속 계열회사 에치엔지가 케이비랩(자회사)에 자사 인력을 무단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1,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케이비랩은 에치엔지가 자체 개발한 화장품 브랜드(랩노)를 판매하기 위해 100% 자회사로 설립된 곳으로, 총수 2세 딸이 주식 전량을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인력 파견 방식’이었다. 에치엔지가 케이비랩을 사들인 시점부터 약 5년간 매해 약 15명을 케이비랩에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케이비랩을 무상 지원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케이비랩은 자체 채용 인력 없이 파견 인력으로만 회사를 운영했고, 이들의 인건비 약 9억 원도 모두 에치엔지가 내줬다. ‘총수 2세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경쟁사업자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경쟁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 같은 행위는 대기업집단이라면 당연 금지되는 행위다. 대기업집단은 공시제도,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으로 감시받는 반면, 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2세가 사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계열사 지원을 통해 본인 회사를 손쉽게 시장에 진출·성장시키는 행태를 제재한 것”이라며 “대기업집단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집단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