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31일 첫 대면 회담을 가졌다. 독립주의 성향의 대만 지도자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국방 수장 간 대화에서 양측은 대만 문제·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양국 국방부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과 둥 부장은 이날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의 샹그릴라호텔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된 1시간보다 긴 약 75분간 진행됐다.
미국 측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최근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벌인 대규모 훈련에 '도발적인 행동'(provocative activity)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군이 정상적·일상적·민주적 절차의 일부인 대만의 정치적 과도기를 강압적 행동의 구실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오스틴 장관은 강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20일) 직후인 23~24일 이틀간 군용기와 군함이 대만 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대규모 '포위 훈련'을 벌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사령부는 "대만 독립주의자들에 대한 강력한 징벌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이번 훈련에 의미를 부여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중국이 러시아의 군수 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 정찰위성 발사 등 최근 북한의 군사 도발이 이어지는 흐름에서 중국의 대북 압박 필요성도 제기했다.
중국 측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둥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외부 세력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최근 라이 총통 취임식에 대표단을 파견한 일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행동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동인 동시에 대만의 독립 세력을 향해 잘못된 신호를 발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둥 부장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충돌의 어느 당사자에게도 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이 러시아에 이중용도 품목 수출을 통해 군수 지원을 하고 있다는 미국 주장을 부인했다.
미중 국방장관 간 대면 회담은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오스틴 장관과 웨이펑허 당시 중국 국방부장 간 회담 이후 18개월 만에 이뤄졌다. 두 장관은 아시아안보회의가 폐막하는 6월 2일까지 싱가포르에 머물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오스틴 장관은 6월 1일, 둥 부장은 같은 달 2일 각각 자국의 안보관을 담은 공개 연설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