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180도 변했다...하이브에 욕설 대신 울다 웃으며 "타협점 찾자"

입력
2024.05.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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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한 달여 만에 2차 기자회견
정제된 화법으로 경영자 입장 설명 
"응원 감사하다"며 눈물 훔치기도 
"누굴 위한 싸움인지..." 화해 제스처

노란색 옷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나왔다. 모자도 벗었고 의상에도 격식을 차렸다. 하이브 고위 관계자를 욕하거나 비방하는 대신 자신을 지지해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눈물을 보였지만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두 번째 기자회견 풍경이다. 30일 법원이 어도어 대주주인 하이브가 민 대표 해임 안건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결정하고, 31일 그럼에도 하이브가 민 대표를 제외한 어도어 이사들을 해임한 이후 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생면부지의 저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울면서 인사

민 대표는 두 번째 기자회견을 지난달 25일 첫 번째 기자회견과 180도 다른 분위기로 이끌었다. 분노하며 막말이나 욕설을 쏟아내는 대신 정제된 언어로 어도어 경영자로서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30일 법원 결정으로 어도어 대표이사직 유지 등에 대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민 대표는 첫 기자회견 후 직장인, 여성, 그리고 '호구' 취급받던 K팝 소비자들이 뜨겁게 반응한 데 대한 감사 인사부터 했다. 그는 "(기자회견 후) 저를 모르시는 데 얼굴도 몰랐던 생면부지의 사람을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울먹이며 눈물을 훔쳤다. "저를 믿어 주고 불쌍하게 여겨 준 분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그 분들 덕에 이상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도 했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할 사유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법원이 민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대해 민 대표는 "누명을 벗어 많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이어 "뉴진스란 팀으로 이루고 싶었던 비전이 있었고 그게 너무 소중했다"며 "저와 뉴진스 멤버들이 청사진을 그려 놓은 게 있었는데 대표직에서 해임될 요건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이번 갈등으로) 비전이 꺾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고통스러웠다"고도 했다.


하이브에 유화 제스처..."누구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민 대표는 고립무원 신세다.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는 31일 오전 어도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민희진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 등 2명을 해임하고 하이브가 추천한 신임 이사 3명을 선임했다. 어도어 이사회가 '1 대 3 구도'로 재편된 것이다. 신임 이사 3명은 하이브의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 대표는 하이브에 '손'도 내밀었다. 그는 "하이브와 타협점이 잘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며 "지금 싸움이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이브에 화해를 제안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지긋지긋하게 싸웠으니 이제 끝(내고), 모두를 위해 다른 챕터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양승준 기자
서진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