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말기암 환자가 택시에 놓고 내린 약다발을 경찰의 끈질긴 추적으로 되찾아준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일요일 아침 시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추적해 신고자가 탔던 택시를 특정했고, 택시기사는 영업을 포기하면서까지 환자의 건강을 우려해 현장으로 달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작경찰서 흑석지구대 이창균 경감과 박정교 경사는 순찰 근무 중이던 12일 오전 7시 40분 "개인택시에 가방을 놓고 내렸는데 현금 100만 원이 들어있다"는 112신고를 접수해 중앙대병원 앞으로 출동했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후반의 말기암 환자 A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첩첩산중이었다. 그는 병원에 오기 위해 개인택시를 잡아탔는데, 현금 결제를 하는 바람에 택시 번호를 확인할 방법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A씨는 경찰에 "100만 원은 괜찮으니, 항암제가 가득 들어있는 가방만이라도 꼭 찾아달라"고 애원했다.
경찰은 우선 중앙대병원 협조를 받아 정문의 CCTV 영상을 확인했다. 하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택시번호를 판독할 수 없었다. 이 경감과 박 경사는 포기하지 않고 CCTV 관제센터에 근무하는 정구봉 경감에게 중앙대병원 주변을 오고간 택시 영상 검색을 요청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다급한 신고자를 위해 정 경감은 CCTV 영상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일요일 아침이라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신속하게 A씨가 탑승했던 택시를 찾아낼 수 있었다. 박 경사는 택시번호를 조회해 기사의 휴대폰 번호를 확보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A씨를 내려준 뒤 이미 멀리 다른 곳으로 가, 중앙대병원에서 40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설득으로 택시기사는 영업을 포기하고 중앙대병원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현금과 소중한 약다발을 찾은 A씨는 "흑석지구대에 인사를 하러 가겠다"고 했으나 경찰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치료 잘 받으세요" 한 마디를 남기고 철수했다. 동작경찰서는 출동했던 경찰관의 노고를 치하하고 생업에도 분실물을 찾는데 도움을 준 택시기사에 감사장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