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윤활기유(base oil) 등 대만산 134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했다. '대만 포위 훈련'에 이어 경제적 압박 수위까지 높인 것이다. 독립주의 성향 라이칭더 신임 총통의 힘을 취임 초반에 빼놓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31일 "134개 품목에 대해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른 세율 적용을 중단하고 현행 규정에 따른 세율을 6월 15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대만은 2010년 체결한 ECFA에 따라 2013년부터 대만산 267개, 중국산 539개 품목에 관세를 매기지 않거나 낮은 관세 혜택을 적용해 왔다. 중국은 지난 1월 이미 한 차례 염화비닐 등 화학 제품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했는데, 이번에는 134개 품목으로 범위를 크게 넓힌 것이다.
관세 감면 중단 대상으로 새로 지정된 품목은 윤활기유와 유동파라핀(liquid paraffin)을 비롯해 각종 플라스틱·금속 제품, 리튬이온 배터리, 차량 부품, 골프 장비 등이다.
중국은 이번 조치가 라이 총통과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를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이미 대륙이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했는데, 민진당은 오히려 '대만 독립' 분열 오류를 멋대로 퍼뜨리고, 양안 대립·대결을 선동해 ECFA의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진당 정부가 ECFA 제품 관세 감면을 추가로 중단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며 "책임은 완전히 민진당 당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20일 라이 총통이 취임 연설에서 대만의 '주권' 등을 거론하자, 취임 사흘 만에 육·해·공·로켓군을 동원한 대규모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한 정부 기관과 관영 매체를 동원해 라이 총통을 향한 비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최근 대만 의회에선 '총통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의회 개혁법'이 통과됐다. 라이 총통으로선 취임 초부터 '여소야대' 국면에 부닥친 것으로, 중국 또한 라이 총통 임기 초반부터 국정 운영 동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압박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