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 직후 여야 행보가 민심을 역행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한 환골탈태보다 야당의 특검법 공세를 저지하기 위한 결집부터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민생보다 대여 압박을 위한 쟁점법안 발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어제 끝난 1박 2일간 국민의힘 워크숍에선 총선 이후 분출됐던 위기의식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총선 승리 정당의 축하연에 흡사한 모습이었다. 첫날 만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한 몸이 돼 나라를 지키자"며 맥주를 돌렸고, 이에 의원들은 "윤석열 파이팅"을 외치며 환호했다. 당정관계 재정립을 위한 고민은커녕 '당정 한 몸'을 다짐하며 특검을 대비한 집안 단속에 몰두했다. 국정 기조 변화와 정책 비전 제시를 기대하며 정부·여당에 회초리를 들었던 민심에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에 아연할 뿐이다. 이러니 연금개혁,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정책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채 '여의도 야당'이란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민주당도 여권을 겨냥한 특검법 발의와 함께 이재명 대표의 연임과 대선 출마를 위한 당헌·당규 손질에 나섰다. 특히 이 대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 이번 국회 첫 의원총회 의제인 것은 지도부의 현 관심사를 보여준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출마 1년 전 사퇴해야 하는 규정을 손질해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기를 늦추고,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직무정지 규정도 없앨 방침이다. 이 대표가 연임 시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하고 이듬해 3월 대선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는 의도다.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쇄신은 고사하고 '대통령 방탄' 의지를 불태우는 여당과 당대표의 대권 길 닦기에 나선 제1야당의 모습에 국민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가 진정으로 민심을 무서워한다면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둘러싼 공방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었으나 자동 폐기된 민생법안 처리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