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재정 지원과 연계해 추진한 무전공(전공자율선택) 확대에 주요 대학들이 적극 호응했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수도권대와 국립대의 전공자율선택 모집인원은 전년의 4배 수준인 3만8,000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전공 선택 과정에서 인기학과로 대거 쏠려 교육이 부실해질 거라는 우려도 크다.
교육부는 30일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 변동사항을 발표하며, 수도권대 51개교와 국립대 22개교(교대, 특수목적대 제외)에서 전공자율선택으로 3만7,935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들 73개 대학 전체 모집인원 대비 28.6%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 73개교의 전공자율선택 모집인원은 9,925명(전체 모집인원 대비 6.6%)이었는데 1년 만에 3.8배 증가한 것이다.
전공자율선택은 △전공 없이 입학한 후 보건의료계열이나 사범대학을 제외한 모든 전공을 고를 수 있는 '유형1' △계열(인문계열, 자연계열 등)이나 단과대학 단위로 입학한 후 그 안에서 전공을 고르는 '유형2'로 나뉜다. 올해 73개교의 유형1 모집인원은 1만4,844명으로 지난해 2,590명의 5.7배다. 유형1보다 전공 선택폭이 좁은 유형2도 지난해 7,335명에서 올해 2만3,091명으로 늘려 모집한다.
이날 종로학원이 각 대학의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분석한 결과, 서울 주요 대학들도 무전공 모집인원을 대폭 늘렸다. 전공 선택 문턱을 없앤 유형1의 경우, 국민대가 이 유형을 신설해 828명을 모집하고 경희대(334명) 성균관대(280명) 한양대(250명) 한국외대(208명) 서강대(157명) 고려대(131명)도 100명 이상을 증원한다. 서울대도 36명 더 선발한다. 유형2 모집을 늘린 서울권 대학은 한국외대(511명) 이화여대(114명) 연세대(92명) 중앙대(89명) 고려대(65명) 등이다. 73개 대학 중 유형1과 유형2를 합해 전공자율선택 모집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대(1,598명)다.
교육부가 각 대학의 2025학년도 전형계획 변경안 제출 마감을 넉 달 앞둔 지난 1월에 전공자율선택 모집 규모를 늘리는 대학에 재정지원 혜택을 주기로 방침을 세운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교육부는 이날 "전공자율선택제는 학생들에게 흥미·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무전공 선발이 늘어나면서 내년 신입생들이 내후년 전공을 선택할 때 소수 인기학과에 몰리면서 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가 무전공 확대 정책을 올 초 전격 발표하고 추진하면서 대학에서 이런 부작용에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영리 대학정책 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는 이날 "학생 선택이 몰리는 전공은 교수를 더 채용하고 강의실과 실험실도 재배치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준비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교수 채용 절차가 간편해져 빠른 인력 충원이 가능하며, 대학 내 진로상담 강화로 학과 쏠림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무전공 입학은 없었던 정책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대학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도해 왔다"며 "최근 겸임교원 채용 절차 등 많은 규제가 완화돼 교수를 다양하게 초빙해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